윤석열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국제사회의 평화를 해치는 북한과의 군사협력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무기거래 협상에 나서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겁니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은 동아시아 공동체 비전 실현을 위한 아세안과 한중일 간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하는 등 급변하는 동북아시아 정세 속에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꾀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러시아에 경고장 날린 윤 대통령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에서 개최된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또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어떠한 유엔 회원국도 불법 무기거래 금지 등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가 규정한 대북한 제재 의무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며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를 거듭 겨냥했습니다.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는 지난달 미국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이후 윤 대통령이 참석한 첫 다자회의입니다. 윤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의 엄중성을 아세안 정상들과 공유하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한미일 3국의 회담 결과를 부각, "연례 한미일 인도·태평양 대화를 발족하고 아세안과 태평양도서국의 해양안보 역량을 지원하는 한미일 해양안보 협력 프레임워크를 새롭게 출범시켰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미일 3국은 아세안이 주도하는 지역 구조에 대한 전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각국의 인태(인도태평양) 전략을 조율하고, 신규 협력 분야를 발굴해 나아가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후 진행된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도 "북한은 전례 없는 빈도로 도발을 지속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단합해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을 좌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연대와 공조를 당부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총리,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국에 손 내밀었지만 한중일 협력 '글쎄'
한중일 3국의 협력도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아세안+3는 동아시아 공동체의 비전을 지향해 왔다"며 "지금 이 시점에서 아세안+3는 협력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최근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해 한미일 3국 협력의 새로운 장이 열렸듯이 한국, 일본, 중국 3국 협력의 활성화는 아세안+3 협력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조만간 북러 정상회담이 예견됨에 따라 대북 억제 메시지의 수위를 높이면서, 중국과의 협력에도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입니다. 북러 간 군사 공조에 대응해 '한중 협력'을 강조함으로써 북핵 위협에 대응하겠다는 겁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인도네시아 일간 콤파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도 "한일중 3국 간 협력도 다시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남중국해 문제 등과 관련한 한미일 대응에 관련한 질문에도 "한미일 3국 간 협력이 어느 특정 국가를 배제하거나 특정 세력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한중일 간 의미 있는 협력을 도출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일이 군사협력 강화에 속도를 내는 사이, 북중러 군사협력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이날 쿡제도, 캐나다 등 각국 정상과의 회담에서 양국의 협력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동시에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대한 지지도 요청했습니다. 이외에도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아세안 청년들의 인공지능(AI) 데이터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행사인 AI 청년 페스타에 방문했습니다. 저녁에는 인도네시아가 마련한 갈라 만찬에 참석하는 것을 끝으로,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7일 오전 18개 나라 정상들이 안보 현안 등을 논의하는 전략적 성격의 포럼인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합니다. 이어 오후에는 대한상공회의소와 인도네시아 상공회의소가 공동 주최하는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일정을 소화할 예정입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