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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점 코앞에 직영점 출점하는 쿠쿠, '구미·창원'이 위험하다?
점주협의회 활동한 대리점 근처에 직영센터 출점 잇따라
입력 : 2023-09-07 오후 3:36:38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쿠쿠가 최근 기존 대리점 근처에 직영점을 잇따라 출점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이례적인 전략이란 평이 나옵니다. 특히 올해 초 쿠쿠 본사와 서비스 업무 계약이 해지된 대리점들의 인근 지역에서 이같은 전략이 주로 구사됐습니다. 
 
유통업계 등에서는 본사의 사업전략 수정으로 대리점 인근에 본사 직영점을 한두 개씩 출점하는 일은 간혹 있지만 쿠쿠 사례처럼 무더기로 직영점을 출점시키는 사례는 매우 드문 일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쿠쿠점주협의회 활동을 했지만 올해 계약갱신에 성공해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은 9곳 정도인데요. 이 중 구미점과 창원점에도 직영점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7일 쿠쿠대리점주협의회 등에 따르면 쿠쿠가 올해 초 계약 해지한 전국의 쿠쿠대리점은 △도봉점 △동대문점 △서대전점 △분당점 △김해점 △구로점 △동일산점 △양천점 △성동점 등 11곳입니다. 이곳의 점주들은 모두 쿠쿠점주협의회 활동을 하며 본사와 갈등을 빚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9월 현재 문을 닫은 11곳이 위치했던 지역 가운데 적어도 9곳에 쿠쿠 직영점이 들어선 상태입니다. (관련기사☞"20년 젊음 바친 쿠쿠대리점, 한 순간에 잃었다"
 
기존 대리점 인근에 본사직영센터가 자리하면서 상당수 점주들은 영업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이곳 점주들은 계약이 해지되지 않았더라도 어차피 인근 직영점으로 인해 자연스레 매출이 줄어들며 고사했을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냅니다. 
 
울산지방법원은 지난 4월 점주들이 제기한 지위보전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본사의 계약해지가 점주협의회 활동으로 인한 보복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점주협의회가 2020년 결성됐음에도, 2021년과 2022년 총 2번에 걸쳐 계약이 갱신됐다는 점을 이유 중 하나로 들었는데요.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시기에 본사는 이들 대리점 주변에 직영점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쿠쿠 등에 따르면 동대문점과 불과 2.6 ㎞ 떨어진 곳에 2021년 10월 '용두점(직영점)'이 들어섰으며, 또 동대문점으로부터 1.5 ㎞ 거리에 '중랑점(직영점)'이 새로 문을 열었습니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서대전점, 분당점, 김해점, 동일산점, 양천점, 성동점, 진주점 등도 가게 2~3㎞ 이내에 직영점 형태로 세워졌습니다. 올해 계약이 해지된 한 지점장은 "계약만료 4개월 전에 직영점이 들어오면서 결정타를 맞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3월 쿠쿠본사와 계약이 해지된 성동점으로부터 새로 생긴 성동본점(직영점)까지의 거리는 882m에 불과하다. 걸어가면 14분 거리다. (이미지=네이버지도 캡처)
 
이 가운데 구로점과 진주점은 올해 초 계약해지가 됐음에도 영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쿠쿠 홈페이지에서는 검색조차 되지 않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나 마찬가지입니다. 쿠쿠는 이들 점주들에 수리가 아닌 제품 판매는 허용한 상태이긴 하나, 이 지점들 근처에도 각각 구로직영점과 진주도동점을 출점했습니다. 하지만 쿠쿠전자 홈페이지와 포털에서 이 점주들이 운영하는 구로점과 진주점은 검색되지 않습니다. 인근에 들어선 구로직영점과 진주도동점만 검색이 되는 상황입니다.
 
진주점 관계자는 "인테리어공사를 한 지 5년이 안돼, 회사가 판매 부분은 허용한 것 같다"면서도 "영업에 도움이 되는 내솥이나 고무패킹 등의 공급은 끊겨 장사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진주점은 올해 말 문을 닫을 계획입니다. 
 
진주점은 지난 2019년 총 1억원을 들여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회사가 지정해준 업체를 통해 5000만원을 들여 전면 인테리어 공사를 했고, 창고와 수리실 등에도 5000만원을 썼습니다. 쿠쿠본사와 점주들이 맺은 계약서에는 5년마다 매장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본사가 지정한 업체를 통해 4000만~5000만원을 들여 인테리어를 했지만 5년도 되지 않아 문을 닫아야 했던 이들이 상당수입니다. 
 
지난 3월 쿠쿠 본사와 해지된 11곳의 대리점들 대부분이 인구가 밀집돼있고, 밥솥 수리 및 교체 수요가 많은 도심에 위치해 있습니다. 점주협의회 활동을 했지만 올해 계약이 갱신돼 현재 운영 중인 9곳 가운데 구미점과 창원점이 이와 같은 성격을 띈 곳이라 점주협의회 관계자들은 이 대리점 인근에도 조만간 직영센터가 들어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쿠쿠대리점주협의회 회장 A씨는 "9곳 가운데 구미점과 창원점이 불안하다"면서 "인구가 30만 이상되면 본사는 직영점을 세우는 것 같은데, 직영점이 들어서면 센터는 고사되고 만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9곳 가운데 상당수 지점이 (계약조항에 따라) 인테리어 공사를 한다는 의사를 표했는데도 회사에서 회신이 없다고 들었다. 점주들은 계약해지를 위한 수순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유통 및 중소기업계에서는 이같은 쿠쿠의 사업전략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고 있습니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자문위원장은 "쿠쿠 사례처럼 지점 근처에 대놓고 직영점을 대거 출점하는 일은 매우 흔하지 않은 일"이라면서 "쿠쿠 대리점은 가맹점 성격이 다분하다고 판단되지만 현행 가맹사업법에서 보호장치가 미미하다보니 점주들이 (본사로부터)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습니다. 
 
쿠쿠 측은 직영점과 대리점 갯수 추이에 대해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에서 법원이 가맹계약이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면서 "직영점 출점은 회사의 사업전략"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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