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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재채기에 한국 정유-화학 ‘몸살’
중국이 석유제품 수출 할당량 33% 늘려
입력 : 2023-09-07 오후 3:21:45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정유사들이 정제마진 강세에 웃었으나 중국 부동산 사태 파장이 엄습합니다. 경기부양에 안간힘을 쓰는 중국이 늘어난 마진을 흡수하기 위해 석유제품 수출량을 대폭 늘리기로 했습니다. 이로 인해 정제마진이 약세로 돌아설 전망인 가운데 역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화학업종의 부진한 업황도 계속됩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새로운 석유제품 수출 할당량 발표를 앞두고 SK에너지,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사들이 촉각을 세웠습니다. 지난 1일 중국 정부는 국영석유회사에 약 1200만톤 수준의 새 할당량을 전달했습니다. 1000만톤 아래일 것으로 봤던 시장 예상을 훌쩍 넘겼습니다. 이전 수출 할당량 900만톤에 비해서 33% 증가한 수치입니다. 정유사들은 아쉽다는 반응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마진이 양호했던 석유제품 생산에 집중했는데 이미 중국으로부터 판매가 늘어난 감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에서 석유제품 공급량이 늘어날 만큼 한동안 강세였던 국제 정제마진도 하방압력을 받게 됐습니다. 비구이위안 부동산 사태로 경기부양책을 총동원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높은 정제마진 효과를 빨아들이기 위해 수출량을 늘린 것으로 파악됩니다.
 
정유사들이 SK, LG, 롯데, 한화 등 화학사들에 공급하는 나프타 가격도 줄곧 오름세였다가 최근 주춤합니다. 석유화학 제품시황이 부진한 탓에 나프타 가격도 천장에 이른 듯한 양상입니다.
 
화학업종의 중국발 공급과잉과 수요침체 리스크도 상존합니다. 지난달 중국향 석유화학 수출은 9% 감소했습니다. 석유화학 수출단가는 톤당 1186달러로 15.8% 떨어졌습니다. 중국 경제는 고용 악화와 가계 소비 감소,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이 겹쳤습니다. 소재와 중간재 등 원재료 재고가 쌓여 기존 설비투자 증설량에 중첩된 부담이 업황을 짓누릅니다. 소비가 위축되면서 디플레이션 압력도 점증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제로코로나 끝에 경기 상승이 예상됐으나 고용 부진이 장기화 되면서 경기 악순환이 터진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중국 내 계절적 비수기로 방직 산업 약세가 지속되면서 화학사뿐만 아니라 정유사들이 만드는 화학섬유 계열 시황도 부진합니다. 중국의 방직산업에 쓰이는 원료 중 고순도테레프탈산(PTA)은 역내 과다한 증설량으로 인해 국내 관련 제조업체들의 수출량이 급감한 바 있습니다. 대신 PTA에 쓰이는 파라자일렌(PX)은 중국에서 수요가 늘어나 정유사들의 PX 증설 투자를 유도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전방 산업 수요가 약해 밸류체인 전반이 약세를 보입니다.
 
한편, 중국은 대규모 화학공업단지를 70개 조성한다는 정책 목표를 세우고 석유화학 기초유분인 에틸렌을 중심으로 설비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에틸렌은 국내 화학 대기업들의 주력 제품이며 SK인천석유화학, GS칼텍스, 에쓰오일 등도 생산시설을 보유해 경쟁 심화가 우려됩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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