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현대제철이 친환경제철소 전환 속도를 높여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고로와 전기로 설비를 모두 갖추고 있는 사업구조 장점을 활용해 저탄소 생산체제로 진화한다는 전략입니다. 2030년까지 당진제철소 전기로 투자를 통해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 생산체체 전환이 이뤄지면 연간 500만톤 저탄소제품 공급체제가 갖춰집니다. 저탄소 브랜드인 ‘하이에코스틸(HyECOsteel)’을 론칭해 자동차, 조선 등 탄소중립전환 수요시장도 적극 공략할 예정입니다.
현대제철_자동차용 초고장력 1.0GPa급 저탄소 전기로 판재 시제품. 사진=현대제철
2050 탄소중립 로드맵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 4월 탄소중립로드맵을 발표하고 글로벌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그린보호무역주의(EU CBAM 등)에 대응해 친환경제철소로 전환한다고 밝혔습니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글로벌 선진국들은 기후변화와 연계해 자국 산업보호 및 경쟁력 선점에 주력하고 있다”며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신성장 동력 확보와 지속가능한 친환경 철강사로 나아가기 위해 현대제철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 1단계에서 기존 전기로를 활용해 저탄소화된 쇳물을 고로 전로공정에 혼합 투입하는 방식을 적용합니다. 2단계에서는 현대제철 고유의 전기로를 신설해 2030년까지 탄소배출이 약 40% 저감된 강재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신전기로에는 현대제철의 독자기술인 저탄소제품 생산체계 하이큐브(Hy-Cube)가 적용됩니다. 하이큐브는 신전기로에 철스크랩과 고로의 탄소중립 용선, 수소환원 직접환원철 등을 혼합 사용해 탄소배출을 최소화하고 최고급 판재를 생산하는 핵심기술입니다.
하이에코스틸은 친환경 제철로의 전환 의지를 담은 저탄소 철강브랜드로 Hy의 Bridge 형태와 ECO의 Infinite 형태로 자연과 사람을 연결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간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현대제철은 고로와 전기로 설비를 모두 갖추고 있는 철강회사로 탄소중립전환에 있어 타철강사 대비 효율성이 높은 저탄소 생산체제를 구축할 구조적 장점을 가졌습니다. 50년동안 축적해온 전기로 제강 경험과 2010년 당진제철소 가동 이후 고부가 자동차용 강판을 생산하고 연구개발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전기로 기반의 고부가 저탄소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제철은 전기로 기반 자동차강판을 생산한 실적도 있습니다. 당진제철소 고로가동이전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전기로를 활용해 약 100만톤의 자동차강판을 생산했습니다. 또한 고속철도용 레일, 극후 H형강 등 기존 고로에서 생산했던 제품들을 전기로 제품으로 대체 생산하는 등 높은 수준의 전기로 기술력을 보유했습니다.
현재 현대제철은 2025년부터 운영예정인 전기로-고로 복합프로세스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당진제철소 전기로 설비에서 저탄소 제품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세계최초로 1.0GPa급 자동차용 전기로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현대제철이 저탄소 철강 생산 체제 전환 로드맵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현대제철
세계 첫 1.0GPa급 차량용 전기로
현대제철은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전기로에서 1.0GPa급 고급 판재 시험생산 및 부품 제작에 성공하며,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발생을 크게 줄인 '저탄소 고급 판재' 생산에 첫 발을 딛었습니다. 미세 성분 조정이 가능한 특수강 전기로 정련 기술과 자동차용 초고장력강 압연 기술을 활용해 고로 대비 탄소 배출을 30% 이상 줄이면서도 기존 전기로에서 생산하지 못했던 고급 판재를 생산하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시험생산에 성공한 저탄소 판재는 고로에서 철광석과 석탄을 환원시켜 쇳물을 만들어내는 대신, 전기로에서 직접환원철 및 철스크랩(고철)을 사용해 쇳물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을 저감합니다. 기존 전기로와는 차별화된 정련 설비를 이용해 구리(Cu), 주석(Sn), 황(S), 질소(N) 등의 품질저해 원소를 미세하게 제어하는 제강부문의 노력과 자동차용 외판재 및 초고장력강 생산 기술을 보유한 압연부문의 노하우 등 전사적인 협업을 통해 탄소중립전략 차원에서 추진해오던 '저탄소 자동차 고급 판재'라는 제품을 실제로 생산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동안 전기로로 일부 자동차용 강재를 생산하는 사례도 있었으나 1.0GPa급 이상의 고강도 제품의 생산 및 부품 제작은 세계 최초입니다. 이번 저탄소 판재 시험생산 성공은 해외 완성차 업계가 발 빠르게 저탄소 제품 적용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기아 기초소재연구센터와 협업을 통해 이룬 성과로, 현대제철의 저탄소 제품 공급 및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평가됩니다.
또한 신규설비가 아니라 보유 중인 설비를 활용해 저탄소 고급 판재를 생산함으로써 '하이큐브(Hy-Cube)'로 대표되는 현대제철의 탄소중립 전략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습니다. 앞서 현대제철은 전기로 기반 탄소중립 철강 생산체제인 하이큐브를 발표한 바 있다. 하이큐브는 신 전기로(Hy-Arc)에 철스크랩(고철), 용선(고로에서 생산된 쇳물), DRI(직접환원철) 등을 사용해 탄소 발생을 최소화하며 자동차강판 등 고급 판재류를 생산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번 시험생산 성공으로 현대제철은 전기로를 활용한 저탄소 고급 제품 공급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탄소중립 기술을 통해 저탄소 제품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