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감산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반도체 메모리 공급가 반등 조짐에다 양사 메모리 공장 실적도 개선세를 보입니다. 양사가 감산에 나선 배경엔 정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초기 감산에 불일치해 적자 폭을 키웠던 양사는 신경전 끝에 정부가 나서 중재했다는 후문입니다.
4일 재계 고위 관계자는 “SK하이닉스 감산에도 삼성전자가 가격공세를 펼치자 정부가 만류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말 감산을 먼저 시작해 공공연히 감산 사실을 외부에 알린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되레 가격경쟁 강도를 높이며 점유율 확대 전략을 고수했습니다. 이로 인해 SK하이닉스 적자 폭이 커졌고 삼성전자도 반도체 부문 적자전환으로 국가 수출경제까지 힘들어져 정부가 관망할 수 없었단 얘깁니다.
실제 두 반도체 수장의 감산에 대한 견해가 바뀌었습니다. 처음 경계현 사장은 SK하이닉스의 감산 시사에도 “투자를 축소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러다 1분기 실적 발표 때는 사측 공식 입장으로 "생산량을 하향 조정"을 발표했습니다. 2분기 땐 "하반기에도 하향 조정하겠다"며 업계에 신호를 보냈습니다.
그 사이 박정호 부회장도 온도차를 보입니다. 먼저 감산을 시작했음에도 삼성전자가 버티자 “엄청난 감산은 하기 힘들다”며 고민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다 지난 정기 주총 땐 추가감산은 없다며 맞불을 놓았습니다. 삼성전자가 감산으로 돌아선 2분기 실적 발표 때는 SK하이닉스도 "시장 수요에 맞춰 추가 감산 중"이라며 태세 전환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최근 낸드플래시 칩 현물시장에서 웨이퍼 계약 가격의 성공적인 인상이 이뤄졌다”면서 “낸드플래시 공급업체와 주요 중국 모듈업체간 협상에서 512Gb 웨이퍼 가격을 약 10%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공급업체들이 유사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나선 추세적 현상이란 진단입니다. 공급업체가 가격 하방을 적극 방어하고 있는 가운데 다만 수요단에서 수용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내다봤습니다.
지난 2분기 삼성전자 중국 반도체 공장 중에서 적자를 본 곳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중국 반도체 제조법인 SCS는 2분기 2039억원 순이익을 거둬 전년 1651억원보다 개선됐습니다.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법인도 같은 기간 290억원에서 384억원으로 순이익이 올랐습니다. 충칭 법인 역시 492억원서 702억원으로 성장했고 또다른 중국 법인은 2760억원이나 됐던 순손실 폭을 1656억원까지 줄였습니다. 양사 중국 법인은 모두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를 만듭니다.
한편,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 붐으로 엔비디아의 GPU 칩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각광받으면서 수요 개선 전망도 밝아졌습니다. 전반적으로 HBM 출하량이 늘어나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큰폭, 삼성전자는 소폭 성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수요 불안도 상존합니다. 메모리 시황 및 양사 메모리 실적을 견인했던 데이터센터향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재고도 높은 수준으로 파악됩니다. 게다가 중국 비구이위안 채무불이행 위기 등 부동산 사태에다 위안화 금리 하락에도 경기지표가 요지부동인 등 거시경제 불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