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 이후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잡념도 많아지고 운동 부족으로 서서히 건강도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노인일자리 활동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 생겼다. 노인일자리는 '보약 같은 인생의 전환점'이 아닐 수 없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공공형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이 모(79세) 씨가 한 말입니다. 이 씨는 지역난방수송관 안전점검을 하고 있습니다.
이 씨는 하루에 3시간씩 총 10일을 일합니다. 한 달에 총 30시간을 근무하지만, 이 씨의 통장에는 27만원이 들어옵니다. 시급으로 따지면 9000원으로 올해 최저시급인 9620원보다 못한 돈을 받고 일하고 있습니다. 국가 직접 지원사업인데도 말이죠.
'일자리' 사업이지만 최저임금을 맞추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이들의 활동이 유급형 '봉사'로 규정되기 때문입니다.
공공형 노인일자리 사업은 기초연금 수급자만 참여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참여자 대부분이 저소득·저학력 노인입니다. 기초연금과 일자리 사업을 통한 봉사비를 지급받으면 '형편이 조금 괜찮지 않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기초연금과 일자리 사업을 통해 받는 지원금을 모두 합해 60만원 정도를 받습니다. 한 달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해 보입니다.
어르신들은 정해진 시간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출근합니다. 받는 돈은 적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회활동을 한다는 데 큰 만족감을 느낍니다.
코로나19로 운영하던 학원이 폐업하고 현재 서울 종로에서 승강기 시설 안전상태 점검 등을 하는 노인 김 모(70세) 씨. 그는 "자기연민과 자격지심으로 시간을 보내다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했다"며 "일터에서 반갑게 맞아주는 나의 동료가 있고 무엇보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어 삶이 건강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인빈곤율 OECD 압도적 1위라는 오명을 쓴 한국. 노인복지에 조금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