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사면 이후 첫 공식 연설에 나서 이목을 끌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12일 제주도에서 열린 2023 중소기업 리더스클럽에서 "중소기업인들이 똘똘 뭉쳐,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해달라"면서 긍정적인 생각을 통해 성과가 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IMF 이후 더 큰 세계적 금융위기를 맞이했을 때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나니 그 이후부터 우리 기업들이 수출도 잘 되고 대단했다"면서 "지금도 우리 기업하는 분들, 특히 위기 때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기여한 중소기업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제주도에서 열린 2023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3월 다스 횡령 및 삼성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된 이후 지난 해 12월 신년 특별사면됐습니다. 그는 3월 국립대전현충원 방문에 이어 4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유인촌 주연의 연극을 관람했습니다. 5월에는 서울시장 재임 당시 청계천 복원사업에 참여했던 '청계천을 사랑하는 모임' 구성원들과 청계천 산책을 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단순 일정을 소화한 것과 달리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사면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기업인들에게 기조연설을 진행했습니다. 그는 "수년 동안 오지여행 하느라 여러분을 볼 수 없었다"며 운을 뗐습니다. 재직 시절 중소기업인들과 일화를 소개하면서 "형식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마음에 있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속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예정된 시간(10분)을 넘긴 25분 가까이 진행된 기조연설 동안, 기업인들은 박수로 호응했습니다. 연설이 끝난 뒤에도 이 전 대통령 주위로 악수를 하려는 이들이 모여들기도 했습니다.
그는 대통령 재직 시절 중소기업인을 위한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로켓이 미사일로 날아가면, 그것이 대기업이 만들어낸 겁니까"라고 되물으며 "조그만 부품 하나하나 다 중소기업에서 만든 것"이라며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제주도에서 열린 2023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서 기업인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이 전 대통령은 중소기업계와 인연으로 동반성장이란 키워드를 꺼내들기도 했습니다.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동반성장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면서 "지금도 후퇴는 안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정부도 그 점은 유심히 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 재직 중인 2010년 12월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해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했고, 정운찬 현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 초대 위원장을 맡으며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을 이끌어낸 바 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구속과 수감생활을 오지여행에 빗대는 표현을 계속해서 이어갔는데요. 그는 "길거리에서 소규모 장사를 하는 소상공인을 위해 미소금융을 만들었다"며 "미소금융 한다고 해서 정부가 관리했다면, 제가 오지여행을 더 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한 행사에서 미소금융을 통해 300만원을 빌렸다는 한 호떡할머니와 만난 일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이어 "그 할머니가 이자없는 금융을 지원받아서 감사하다면서, 돈 없어 못 사먹는 학생들을 위해 자기가 받은 만큼 베풀겠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기업인들 역시 이 일화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소금융사업이란 이명박정부 시절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의 무담보 소액대출 제도인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참조해 만든 사업입니다. 당시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출연한 기부금과 휴면예금 등으로 미소금융재단이 출범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부디 위기라고 걱정하지 말고, 더 힘을 모으고 적극적으로 하라"고 기업인들을 독려했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하며 향후 행보에 대한 확대해석에 선을 긋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누가 그랬다. '내 뒤에 서지 마라. 난 앞에 못 간다. 내 앞에도 서지 마라. 내가 못 따라간다'. 내가 그 때가 된 것 같다"고 "여러분들 옆에서 걸으면서 말벗이 되겠다"고 밝혔습니다.
제주=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