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11번가가 재무적 투자자(FI)와 약속했던 기업공개(IPO) 기한이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투자심리 악화 등의 여파로 시한까지 IPO를 완료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가 투자자와 약속했던 IPO 기한은 이달 30일까지인데요. 아직까진 11번가의 공식적인 입장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SK스퀘어 본사 T타워 전경. (사진=SK스퀘어)
지난 2018년 11번가는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H&Q 코리아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에서 IPO를 조건으로 투자 조건을 받았습니다. 올해 9월까지 상장을 약속하고 투자자들에게 5000억원의 거금을 받았습니다.
IPO를 이행하지 못하면 원금과 함께 이자도 지불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FI는 보유지분을 거둬들이는 매수 청구권(콜옵션)을 사용할 수 있고, 11번가는 투자금에 연 8% 이자를 붙여 상환해야 합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PO는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소요된다"면서 "이번 달에 추석 연휴도 있기 때문에 기한 내 IPO를 한다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국민연금에서 IPO 기한 연기를 반대하는 상황인데, SK텔레콤이 나서서 기한 지연에 따른 이자를 더 지불하겠단 의사를 내비칠 것 같다"고 전망했습니다.
11번가가 IPO를 추진하는 배경으로는 3조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입니다. 올해 들어 11번가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슈팅배송 등 다양한 신사업을 펼쳐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을 2163억원으로 늘렸습니다. 이 같은 매출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3조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거론되는 11번가 기업가치는 1조원입니다. 이미 이커머스 시장 내 쿠팡·네이버의 양강 구도가 공고해 11번가가 IPO를 추진해 기업가치를 3조원 이상으로 높이는 부분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좋지 않다 보니 IPO가 쉽지 않은 건 당연하다"면서 "외부에서 투자 유치를 받거나 FI 교체 등 다양한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걸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선 SK스퀘어가 11번가 매각에 나서고 있단 얘기도 흘러나옵니다. 그러나 11번가는 IPO 상장 철회와 매각설에 관련해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11번가 관계자는 "11번가가 상장을 목표로 하는 자체에는 변화가 없다"라며 "상장을 통해서 좋은 가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매각설과 관련해선 "SK스퀘어가 투자 회사다 보니 여러 FI를 만나면서 자회사의 가치를 어필하다 보니 매각에 나섰단 얘기가 나왔다"면서 "매각을 전제로 진행되는 일은 전혀 없다"고 했습니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