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착한 행동을 한 누군가가 잘되기를 바라고, 나쁜 행동을 한 누군가는 응징 받길 원합니다. 말 그대로 '권선징악'이죠. 상당수 TV 드라마나 영화도 이러한 결말로 마무리됩니다. 특히 악행을 저지른 악역이 처절하게 응징 받을수록 속 시원한 결말이라면서 통쾌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러한 일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사법부가 내리는 판결은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 종종 범죄보다 가볍게 느껴지고는 합니다. 사법부 입장에서는 법에 따라 최선의 판단을 한 것이겠지만 드라마나 영화의 소위 '사이다 결말'에 익숙한 국민들은 좀 더 강한 응징을 원하죠.
그래서 그런지 최근 개인이 범죄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등 이른바 '사적 제재'를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근래에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사안이 있는데요.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에게 '갑질'을 했다고 알려진 학부모의 신상이 폭로되고 있는 겁니다.
해당 교사는 지난 2019년 한 학생이 친구를 때리는 등의 행동을 하자 훈육했습니다. 이에 해당 학생의 부모가 '아이에게 망신을 줬다'는 이유로 학교와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한 데 이어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교사를 경찰에 신고해 버렸습니다. 교사는 아동학대 혐의에 대해 2020년 10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오랜 기간 악성 민원에 시달려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힘들어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전 국민이 공분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가해 학부모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업장 정보가 공유되면서 해당 가게를 대상으로 불매 운동은 물론 별점 테러까지 쏟아졌죠. 한 프렌차이즈 음식점에는 시민들의 항의 쪽지가 빼곡히 붙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쓰레기 등이 날아들어 쌓였습니다. 결국 가게는 문을 닫았죠. 가해 학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SNS 계정이 생기자 계정 운영자를 응원하는 댓글이 다수 달리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사적 제재'가 정의를 구현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로 힘들게 한 사람이니 똑같이 고통을 받는 게 정의로운 것 같죠. 하지만 이는 명확한 한계가 있습니다. 가해자에 대한 정보가 사실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다는 겁니다. 실제 이번에도 가해 학부모의 가게와 이름이 비슷하다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전혀 무관한 사업장들이 피해를 입기도 했습니다.
가해 학부모가 맞다고 하더라도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신상을 공개하는 게 옳은지에 대한 갑론을박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범죄 행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마녀사냥' 식으로 누군가를 공격하고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일은 잘못됐다는 겁니다. 현실은 드라마나 영화 시나리오보다 조금 더 복잡하고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습니다. 우리 사회가 '사적 제재'에 열광하는 분위기로 흘러가도 괜찮은지 깊이 고민해 봐야 할 듯합니다.
최근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가운데 해당 교사에게 '갑질'을 한 가해 학부모의 신상이 공개되면서 '사적 제재' 논란이 생기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일 해당 교사의 장례식장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