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자국 내 비료업체에 요소 수출 중단을 지시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가운데 지난 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요소수가 진열된 모습 . 사진=연합뉴스
국내 배터리 연구계의 선구자인 선양국 한양대 교수는 “한국 배터리가 위기”라고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이대로면 큰일 나는 게 아닐까 하고 필자도 걱정하던 차에 확신을 갖게 되는 한마디였습니다. 그동안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얘길 들어보면 문제가 없다는 식의 말이 많아 반신반의해왔습니다. 이런 위기 진단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정확한 진단이 이뤄져야 올바른 처방도 가능합니다.
문제의 골은 깊어 보입니다. 국산 배터리 소재를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중국이 공급을 차단할까 걱정할 사안이 아닙니다. 기술안보의 문제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중국 소재를 쓰면서 알게 모르게 중국에 배터리 선진기술도 뺏겼다는 점이 지금의 위기를 만든 것입니다. 물량공세가 장기인 중국은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선진시장에 침투합니다. 그렇게 저렴한 중국산을 쓰면서 공급망 밸류체인이 조금씩 잠식당하게 됩니다.
이제 소재는 중국에 의존하고 완성품도 중국보다 낫다고 선듯 말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왔습니다. 되돌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유시장경제에서 대기업에게 손해를 감수하고 국산을 쓰라 강요할 순 없기 때문입니다. 그게 가능한 곳은 중국뿐입니다. 그래서 매번 알면서도 중국에 추격당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비슷한 상황이 요소수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요소 수출을 제한하고 나섰습니다. 인도에서 농업용 요소 수입을 확대하는 데 대해 자국 내 공급량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한미일 외교 적대노선에 대해 앙갚음이 아닐까 의심하는 시선도 많습니다. 문제 원인은 이또한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입니다. 중국산 요소가 가격이나 품질이 낫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국산을 선호하는 기업들이 많아 지금의 수급문제가 발생한다는 진단입니다. 국내 기업들도 뒤늦게 동남아, 중동 등에서 수입 대체선을 찾고 있지만 2021년 요소수 대란이 또 벌어질지 불안감을 씻기 어렵습니다.
이는 단편적인 예로 국내 산업 많은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가 문제시 됩니다. 중국산이 저렴하다고 기업들이 수익성만 쫓으면 수급 안정성과 기술안보 등에서 문제가 터질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을 강조하고 공급망 생태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각계에서 말해왔지만 결과는 늘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