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의 가장 큰 행사라 할 수 있는 2023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이 막을 내렸습니다. 기억에 남는 것이 여럿 있는데요.
단연 인상적인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면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연설한 것입니다. 지난해 12월 사면 이후 참모들과 서너번의 비공식 행사를 진행했지만 이날만큼은 김기문 중기중앙회장과 400여 중소기업인들의 환대를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했어요.
곳곳에서 환호성이 쏟아졌고, 그와 악수하려는 인파가 줄을 이었습니다. 이 전 대통령도 그 인기가 싫지만은 않았는지 많은 테이블을 돌며 기업인들과 악수하고 환담을 나누었어요. 원고 준비도 안했다고 했는데 2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대통령 재직시절 중소기업인과의 일화 등을 소개했습니다. 지난 수감생활에 대해선 '오지여행'을 다녀왔다고 빗대 눈길을 끌기도 했지요.
그의 인기가 전 대통령이라는 직함 때문이었을까요. 단순히 그런 것 같지 않았습니다. 갖은 세파를 겪으며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중소기업인들은 이 전 대통령을 '유일하게 우리를 이해해주는 기업인', '사업 좀 해본 사람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사람'이라고 보는 듯 했습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제주에서 열린 중소기업리더스포럼에서 행사장으로 입장하고있다. (사진=중기중앙회)
기업인들은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 중대재해처벌법, 주52시간제 등 갈수록 기업환경이 팍팍해지고 있다면서 그가 대통령이었던 시절을 추억하기도 했습니다.
포럼에서 만난 한 기업인은 그 덕분에 리먼브라더스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당시 정부 차원에서 현대차 같은 대기업이 협력사들에 지급보증을 실시하라 지시했고, 이 기업인은 현대차의 지급보증 덕분에 매출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기업인들에게 가장 고마운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다는 평가도 덧붙였습니다.
대통령이나 시장, 장관 등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과거 직업, 사회생활의 경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전 대통령이 기업인들로부터 칭송받는 이유도 비슷할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기업하는 일에 특화되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바라는 국가 리더의 모습이 있습니다. 직업인으로서 사회생활은 물론이거니와 빠듯한 봉급생활자로서 월급을 모아 집도 장만해보고, 다수의 국민이 접하는 자녀 교육과 입시도 겪어보는 등 다양한 삶의 경험을 가진 사람입니다. 되도록 많은 삶의 경험을 가진 후보자에게 제가 투표하는 이유입니다.
다만 다양한 삶의 경험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특정 계층을 넘어선, 다수 국민의 삶을 두루 살피는 활동과 정치를 한다는 전제가 붙어야 하겠지요. 그런 시야를 가진 리더여야 횡령과 뇌물수수 등으로 '오지여행'을 떠나는 일을 만들지 않을테니까요. MB에 대한 기업인들의 유별난 환대를 보며, 유독 기업인들에게만 좋은 기억을 남긴 대통령이 아닌가 싶어 씁쓸함이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