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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 '교권 침해', '문제 팔이'
입력 : 2023-09-21 오전 6:00:00
과거 학교의 위상은 대단했습니다. 교육기관으로서 모두의 존중을 받았죠. 교사도 상당한 권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교사가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면 "선생님이 저러시는 건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제 학교도, 교사도 예전과 같은 위상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오히려 '학교의 위기'라고 불릴 정도로 그 권위가 위태로운 상황이죠.
 
교사가 학생들을 때리던 시절은 너무 예전 이야기이니 논외로 하고 21세기 들어 학교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처음 심어준 건 '학교 폭력'이었습니다. 소위 '일진'으로 불리는 학생들이 특정 학생을 괴롭히고 폭행해 끝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례가 뉴스를 통해 종종 보도됐습니다. 가수·배우와 같은 연예인은 물론 유력 정치인이나 정부 인사의 자녀가 '학교 폭력'에 연루돼 논란이 되기도 했죠. 올해의 경우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 '학교 폭력' 문제로 곤욕을 치렀습니다.
 
지난 7월 18일 서이초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후에는 '교권 침해'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해당 교사의 극단 선택 원인이 학부모의 악성 민원 등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죠. 게다가 짧은 기간 수많은 교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학교가 교사도 버티기 힘든 공간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생겼습니다. 이와 함께 학생들이 마음대로 행동해도 제지할 수 없는,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기도 하는 공간으로 우리 머릿속에 자리 잡았죠.
 
여기에 교사들의 양심과 도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결과까지 나왔습니다. 현직 교사 24명이 사교육 업체에 자신이 만든 문제를 판 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진에 들어가거나 수능·모의평가 출제 경력을 이용해 학원 등에 문제를 팔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입니다. 교육부는 지난 19일 이들을 고소 및 수사 의뢰하기로 했습니다. 교육부 관계자에 따르면 억대 금액을 수수한 교사가 다수인 데다 수익이 5억원에 달하는 교사도 있다고 하니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교사가 거액의 돈을 벌고자 불법적인 '문제 팔이 장사'를 했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습니다.
 
어쩌다 학교·교육 현장을 대표하는 말이 '학교 폭력'·'교권 침해'·'문제 팔이'가 된 건지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교육은 나라의 근간입니다. 이대로 무너지게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최근 공교육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조금씩 보이고 있습니다.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언젠가는 학생과 교사가 모두 행복한 학교 현장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최근 학교와 교육 현장을 대표하는 말이 '학교 폭력'·'교권 침해'·'문제 팔이'가 돼 버렸습니다. 사진은 빈 교실의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장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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