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회전초밥집에서 무인화의 첨단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고객 대기석에서 직원을 볼 수 없었습니다. 기계에 식사 인원과 선호 자리를 입력하고, 기다리는 구조입니다. 고객 대기석까지는 그랬습니다. 30분 정도 기다렸을까요. 커다란 텔레비전 화면에 대기번호가 떴고, 접수증을 디바이스에 갖다대니 테이블 번호가 나왔습니다. 기계를 통해 자리를 안내받은 셈이죠. 겨우 앉은 4인 테이블석에서는 모든 것이 '셀프'로 가능했어요. 녹차물과 물티슈는 테이블에 구비되어 있었고, 와사비는 회전레일을 통해 돌고 있었습니다.
주문은 태블릿을 통해 1회에 최대 6개 종류의 초밥을 주문할 수 있었는데요. 주문을 하고 어떤 식으로 초밥이 배달될지 기다렸습니다. 3분 정도 지났을까요. 태블릿에 '주문한 초밥이 곧 도착합니다' 라는 문구가 떴습니다. 그리고 주문화면에서 봤던 그 초밥이 레일 위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초밥이 내 앞의 레일을 지나가기 전에 빨리 초밥을 캐치해야 했습니다. '사람이 가져다 주는거 아니었어?' 라며 우왕좌왕하다가 2~3개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일본의 한 회전초밥집 내부 모습. 매 좌석마다 태블릿이 놓여있다.
이후부터는 태블릿 화면의 초밥 모습을 잘 기억해두었다가 레일의 초밥을 잘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4~5번 주문을 했는데요. 매번 5분 내에 자리 앞 레일로 초밥이 배달됐고, 포착하고 먹었답니다. 국내 회전초밥집에서는 돌아가는 레일을 통해 원하는 초밥을 가져다 먹고, 마지막에 직원이 와서 초밥접시를 통해 계산하는 것과 매우 다른 구조였습니다. 테이블석과 다른 형태인 '닷지석'도 마찬가지였어요. 모두 테이블로 주문하고, 배달받는 형태였는데요.
직원을 본 것은 딱 두 번이었습니다. 첫 주문에 놓친 초밥을, 테이블로 가져다주었고요. 태블릿의 '계산' 버튼을 누르자 어디선가 나타난 직원은 테이블에 쌓인 접시들을 계산하더니 영수증을 출력해주었습니다. '나가면서 계산하라'는 손짓을 했습니다. 계산하는 곳에서도 역시 직원을 볼 수 없었습니다. 직원에게 받은 영수증을 스캔하고, 카드와 현금 중 계산형태를 클릭한 다음에 계산을 하는 구조였습니다. 일본어를 몰랐지만 어렵지 않게 조작할 수 있었습니다.
고객이 직접 계산할 수 있다.
자동화로 운영되는 회전초밥집을 경험하고 나니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최소한의 인원만 대면한 채, 맛있는 초밥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직원과 말 한 마디 나누지 않고 음식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거대한 '기계식당'이 주는 묘한 불편함과 함께 기계에 지배된 기분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일본에 이런 첨단을 달리는 가게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가족의 노동력만으로 운영하는 '가족식당'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눈빛과 표정, 몸짓으로 의사소통하며 외국인 손님이 불편함이 없도록 챙겨주려는 소리없는 배려와 따뜻한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거든요.
시대가 변하는 것이겠지요. 로봇과 태블릿 주문 등으로 인력이 대체되어 가는 과정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흐름일지 모릅니다. 사람 손이 필요치 않은 산업이 생겨날수록 반대로 인력이 필요한 신사업도 나타나는 거겠지요.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노동력의 총량이 감소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섭니다.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살아갈 날은 많아졌는데요. 점점 사람 손을 필요로 하는 산업군은 줄어들 것 같아요. 그 많은 사람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돈을 벌고 살아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