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연 4%대로 올라서자 저축은행이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수신금리에서 은행보다 우위에 서지 못할 경우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인데, 금융당국은 수신경쟁 자제를 요청한 상황이어서 눈치만 보는 형국입니다.
12일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예금상품(12개월 기준) 중 연금리 4.50%를 넘는 저축상품은 58개로 집계됐습니다. 이날 기준 1년만기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4.22%입니다.
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은 CK저축은행 정기예금 상품으로 연 4.55%의 금리를 제공합니다. 이어 동양저축은행, 엠에스저축은행, 오투저축은행, 참저축은행이 연 4.52%대 정기예금 상품을 내놨습니다. 대형 저축은행도 4% 중반대의 정기예금 상품을 선보였는데요. OK저축은행의 'OK e-안심앱플러스정기예금(변동금리)'과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배구사랑 회전정기예금' 등은 연 4.41% 금리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도 연 4.00~4.05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저축은행이 수신 우위에 서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통합비교 공시사이트 '금융상품 한눈에'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은 기본금리 3.80%에 우대조건 달성 시 최고 연 4.35% 금리를 제공합니다. 이는 저축은행에서 현재 가장 높은 금리를 주는 CK저축은행 정기예금(4.55%) 상품과 단 0.2%p 차이에 불과합니다.
최고 우대금리로 살펴봤을 때도 전북은행의 'JB 123 정기예금(만기일시지급식)'은 연 4.20% 금리를 제공하는데요. 현재 은행권에서 최고 우대금리 포함 4%대가 넘는 상품은 1년 만기 기준 17개에 달합니다. 이처럼 은행권이 4%대 금리까지 올린 데에는 지난해 고금리로 제공했던 1년 만기 상품들의 만기가 도래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작년 말 채권 시장이 경색되자 은행권은 자금 조달이 힘들어져 수신 유치를 위해 예금금리를 연 5%대까지 높인 바 있습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매일 은행권을 비롯해 수신금리 양상을 살펴보고 있다. 시중은행이 올리는 것에 따라서 저축은행 유동성 변동이 생기기 때문"이라며 "5%대까지 올리는 것은 부담이다. 지난해 은행권, 저축은행권 수신 경쟁 과열 양상이 재연되는 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관계자는 "안 그래도 저축은행 업권 상황이 안 좋아 올릴 여지도 사실 없는 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저축은행 79곳의 연체율은 5.33%로 지난해 말(3.41%)보다 1.92%p 올랐습니다. 또 저축은행 업계는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8956억원) 대비 1131% 하락한 -96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수신 경쟁하지 말라 경고는 내려왔지만 다들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형 저축은행의 경우 5%대까지는 안 올릴 것 같고, 중소 저축은행의 경우는 5%대까지 올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