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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서열
입력 : 2023-10-20 오후 6:36:29
우리는 학창시절 내내 참 줄을 많이도 섰습니다. 조례를 위해 서는 줄 말고도 '줄 세우기'의 줄을 늘상 서왔죠. 내 위치가 어디쯤에 놓이는지 항상 그 좌표 위에 살았던 것 같습니다. 좌표가 좋은 쪽에 놓일수록 짜릿한 쾌감도 더 컸던 것 같긴 합니다. 대학 진학을 끝으로 이 줄은 사라지는 줄 알았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그 다음엔 더 큰 서열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직장 이름과 연봉으로 우리는 또 한 번 줄을 섰습니다. 이번엔 레인이 달라져서 줄 자체가 나뉘는 경험을 했죠. 거기가 끝인 줄 알았습니다. 착각이었죠.
 
매체에서 기자로 일하다보니 이번엔 줄 간격에 장벽이 처집디다. 단순한 순위가 아니라 월담을 하지 않으면 절대 넘을 수 없는 옹벽이 있었습니다. 배포되는 자료도 때로 시간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어떤 매체는 기자단에 속하지 못해 행사 안내를 받기 어려운 경우도 있죠. 알음알음 눈치껏, 귀동냥으로 취재하는 기자들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대중들이 잘 아는 종합지의 경우 기업 홍보팀이나 정부, 공공기관에서 매력적인 기삿거리를 들고 기자들에게 찾아갑니다. 기자들이 굳이 기삿거리를 찾아 헤매지 않고도 손쉽게 기사 작성을 합니다. 어떤 종합지 기자는 이런 요청이 너무 많아 날짜가 모자랄 지경이라고도 얘기합니다. 반면 고급 소스를 받지 못한 기자들은 재무제표를 뜯어보거나 발로 뛰며 중요한 또는 신선한 기삿거리를 발굴해 내야 합니다.
 
모두가 '기자님'하며 상냥하게 언론을 대하지만 어떤 레인에 서있느냐에 따라서 많은 것들이 달라지는 것이죠. 개인의 역량으로는 바꾸기 쉽지 않은 레인입니다. 모든 마케팅이 그렇듯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은 플랫폼은 홍보 1순위 대상이 됩니다. 마땅합니다. 그러나 그 간택 과정에 노골적인 거짓이나 부당함이 있다면 문제가 되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농슬라의 기자단 선정은 농락에 가까웠다고 봅니다.
 
판단이 흐려집니다. 어디든 서열은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기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바로잡아야 할 문제인지를 놓고 말입니다. 줄 세우기는 언제쯤 멈춰지는 걸까요? 멋진 줄에 합류하는 것이 베스트일까요?
 
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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