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수입이 불안정한 남성이 어떻게 결혼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그런 남성과 결혼해도 괜찮다는 여성을 어떻게 늘릴 것인가. 증가하는 맞벌이 유형은 '부인이 파트타임'인 경우뿐이다. 남편의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부부의 현실이 있다."
야마다 마사히로 일본 주오대학 문학부 교수는 24일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의 '소멸하고 있는 일본, 빠르게 추월하는 한국'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통해 "일본은 30년 전부터 4분의 3이 결혼해 두 명을 낳고, 나머지 4분의 1이 미혼이라는 구조가 변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현재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30년 이상 1.5명 이하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낳는 평균 자녀 수를 의미합니다. 2.1명을 기준으로, 이를 밑돌 경우 인구가 감소한다는 뜻입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일본의 가족사회학자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를 초청해 '소멸하고 있는 일본, 빠르게 추월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고 24일 밝혔다. 사진은 강연하는 야마다 교수. (사진=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수입 불안정 남성 증가…'저출산'
일본에서 태어난 아이의 수는 40년 전의 절반도 못 미치는 상황입니다. 1980년 158만명이었던 출생자 수는 2022년 77만명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특히 지방 출생자 수 감소가 두드러졌습니다. 2022년 도쿄의 출생아 수는 지난 2000년 대비 8% 감소에 그쳤지만 아키타현, 야마가타현 등 지방의 경우 각각 56%, 48%씩 대폭 감소했습니다.
야마다 교수는 1990년 이후 저출산이 '결혼해도 지금보다 나은, 부모보다 나은 생활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1980년대까지는 정규직, 자영업의 후계자, 종신고용 등으로 남성 청년의 소득이 안정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쉽게 결혼·출산을 유도했다고 봤습니다.
결국 '수입이 불안정한 남성의 증가'가 저출산 문제의 원인이라는 것이 야마다 교수의 주장입니다. 야마다 교수는 "일본에서 이것을 명확하게 지적하면 크게 문제가 된다. 불편한 진실이다"며 "일본 한 지자체 보고서에서는 '수입이 적은 남성은 연인도 없고, 결혼도 하지 않는다'는 부분을 삭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일본의 가족사회학자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를 초청해 '소멸하고 있는 일본, 빠르게 추월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고 24일 밝혔다. 사진은 강연하는 야마다 교수. (사진=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비정규직' 증가세…벌어지는 '경제격차'
야마다 교수는 "1980년 일본의 경우 경제격차가 거의 없는 평등한 사회였다"며 "청년 남성의 경제격차가 확대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자녀를 양육하기에 충분하지 않는 수입의 남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는 비정규직의 가파른 증가세를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남성의 경우 1984년 195만명이었던 비정규직 수는 2021년 652만명으로 3.4 배가량 늘었습니다. 반면, 정규직 수는 2335만명에서 2334만명으로 오히려 줄었습니다. 여성의 비정규직 상승 폭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408만명이었던 비정규직 수는 1413만명까지 크게 늘었습니다.
야마다 교수는 "증가하는 맞벌이 유형은 '부인이 파트타임'인 경우뿐"이라며 "남편의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부부의 현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한국의 비정규직 비율도 연일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지역별로 강원도가 47.5%로 절반에 달하는 근로자가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다음으로 전북 44.7%, 전남 41.3%, 부산 41.1%, 제주 41.0%, 대전 40.8%, 광주 40.0%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17개 시도지자체 중 7곳에서 비정규직 비율이 40%를 넘기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국내 사업체 규모 간 임금격차도 2014년 51.7%에서 2019년 64.7%로 크게 뛰었습니다. 500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가 100만원을 번다고 가정하면 10~29인 사업체 근로자는 64만7000원을 번다는 의미입니다.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의 경우는 2021년 55.2%에서 2021년 59.9%로 늘었는데, 합계출산율과 반비례하는 구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2년 1.30명이었던 출산율은 2021년 0.81명까지 떨어졌습니다.
야마다 마사히로 일본 주오대학 문학부 교수는 24일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의 '소멸하고 있는 일본, 빠르게 추월하는 한국'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통해 "증가하는 맞벌이 유형은 '부인이 파트타임'인 경우뿐"이라며 "남편의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부부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자료는 일본의 정규직 및 비정규직 현황. (출처=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한·일, 서양과 달라…대안 '경제적 안심'"
야마다 교수는 '경제적 안심'을 일본과 한국 공통의 저출산 해법으로 봤습니다. 청년들이 결혼과 육아에 부담이 없는 사회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일본 저출산 대책의 실패에 원인이 '가족의식과 가치관의 문화적 배경' 차이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야마다 교수에 따르면 서양은 부모로부터의 독립이 원칙인데, 이 경우 결혼이나 동거가 경제적으로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수입이 불안정한 남성과 함께 사는 것이 혼자 사는 것보다 낫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결혼할 때까지는 부모와 동거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딸의 경우 자립 지향은 약하고, 여성의 자립은 불필요하다는 의식이 강하다는 설명입니다.
야마다 교수는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와 남유럽도 비슷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며 "부모와의 동거는 쾌적하고 비교적 풍요로운 생활을 하게 해준다. 결혼해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것은 오히려 생활수준을 낮추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녀의 장래에 대한 강한 '책임의식'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봤습니다. 일본과 한국은 서양과 달리, 고등교육 등의 비용은 부모가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고 중류생활에서 추락할 위험이 있는 결혼은 하게 하고 싶지 않은 등 '체면의식'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야마다 교수는 "결혼과 육아에 청년이 부담되지 않도록 하는 조건이 필요하다"며 "어떤 일을 하던, 누구와 결혼해 아이를 키우더라도 중류층 생활을 보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중년 독신자가 고립되지 않도록 생활여건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독신자가 모일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야마다 마사히로 일본 주오대학 문학부 교수는 24일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의 '소멸하고 있는 일본, 빠르게 추월하는 한국'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통해 "증가하는 맞벌이 유형은 '부인이 파트타임'인 경우뿐"이라며 "남편의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부부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사진은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 모습. (사진=뉴시스)
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