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44주기 추도식을 마친 뒤 묘역 헌화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을 계기로 만난 것은 보수진영의 위기 앞에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됩니다. 윤 대통령으로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층의 결집을 이뤄낼 수 있고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선 탄핵 이후 자신의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수사 검사와 피의자로 '악연'
다만 두 사람의 관계가 예전부터 순탄했던 것만은 아닙니다. 한때 '수사 검사와 피의자'였던 두 사람의 악연은 10년 전인 2013년부터 시작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박근혜정부 출범 때인 그해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장으로 부임한 직후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을 맡았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승리한 2012년 대선 당시 불거진 부정선거 의혹을 진두지휘한 셈입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수사 과정에 외압이 있다고 폭로한 대가로 검찰 핵심부에서 밀려났습니다.
이후 윤 대통령은 2016년 국정농단 사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으로 박 전 대통령 수사에 관여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 측근들을 줄줄이 구속시켰고 2017년 3월 탄핵의 근거를 마련한 1등 공신이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박근혜정권에 항명한 올곧은 이미지의 검사로 성장했습니다. 이어 문재인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을 역임하며 박 전 대통령의 공소 유지를 지휘했습니다.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윤 대통령이 2021년 11월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되자,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도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윤 대통령으로선 박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지 않고는 대구 표심을 얻을 수 없고, 대구를 잡지 못하면 보수진영의 대표 주자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박 전 대통령의 장기 구금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때로는 박 전 대통령의 공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윤-박 만남, 보수결집 효과 '기대'
윤 대통령은 2021년 12월 박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 된 데 대해 "조금 더 일찍 나왔어야 하지 않냐는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4월 대구의 박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회동했고 같은 해 5월 대통령 취임식 때 만났습니다.
지난 8월 윤 대통령 부친상 땐 박 전 대통령의 전화 조문이 이뤄졌습니다. 이어 이날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세 번째로 직접 만남을 갖게 된 겁니다. 윤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을 만나게 된 이면에는 보수의 심장부인 대구·경북(TK) 민심이 다소 흔들리는 것을 고려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보수진영의 상징적 존재인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 회복을 통해 보수층 결집에 나선 것이란 분석입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