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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26일 18:1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보험업계는 새로운 회계제도(IFRS17) 도입과 함께 신 지급여력제도(K-ICS) 적용으로 자본확충 필요성이 부각됐다.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사채 등 자본성증권의 차환이 일반적인 양상이었는데, K-ICS 비율이 공개되고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상환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IB토마토>는 올해 말 콜 시점이 도래하는 보험사를 대상으로 변화된 양상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DB생명이 다음 달로 예정된 후순위사채 조기상환 콜옵션(Call option)에 맞춰 채권을 순상환하기로 결정했다. 올 들어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 상환이다. 새 회계기준 IFRS17 체계에서 지급여력(K-ICS) 비율이 눈에 띄게 개선된 영향으로 기발행 채권을 털어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에 DB생명은 자본적정성 확보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후순위채 610억원 상환 예정…올해 자본성증권 두 건 정리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생명은 제2회 무보증 사모 후순위사채 610억원을 차환 없이 상환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2018년 11월 발행했던 만기 10년물로 다음 달 5년 조기상환 콜옵션 시점이 도래한다.
이와 관련 DB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차환 없이 정상적으로 상환할 예정이다"라면서 "내부 자금으로 해결한다"라고 설명했다.
DB생명은 지난 2월에도 800억원 규모의 제1회 사모 후순위사채 콜시점이 도래함에 따라 채권을 상환한 바 있다. 남아 있는 제3회 후순위사채 300억원은 지난 2019년 발행했던 건으로 조기상환 시점이 내년 1월이다.
올해 조기상환 시점이 되는 자본성증권 두 건을 모두 정리한 셈이다. DB생명은 지난해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행사를 한차례 미룬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상환을 통해 자본적정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DB생명은 지난해 11월 300억원 규모의 제1회 신종자본증권 5년 콜옵션 시점이 도래했지만 상환을 6개월 미루고 올해 5월에야 조기상환을 완료했다. 당시 지급여력 지표인 RBC 비율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자본성증권 유지가 요구됐으나 차환을 하기에는 고금리가 부담됐던 상태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DB생명의 RBC 비율은 141.9%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하회했다. 다만 올해 IFRS17 체제서는 K-ICS 비율이 크게 개선된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상환 여력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2분기 기준 K-ICS 비율은 경과조치 전 기준 202.9%다.
높은 수준의 K-ICS 비율…RP 차입도 털어내
이번에 후순위채를 상환하면 K-ICS 비율(경과조치 전)이 약 4.4%p 하락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계산된다. DB생명은 2분기 기준 지급여력비율 계산 식에서 분자에 해당하는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이 2조8303억원, 분모인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이 1조3951억원이다. 후순위채 상환은 해당 금액만큼 가용자본을 줄인다.
DB생명은 경과조치 전 K-ICS 비율이 200% 수준으로 높고 경과조치 적용 이후에는 해당 수치가 384.1%까지 상승한다. 경과조치는 요구자본 금액을 크게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과조치 효과까지 고려하면 지난해와 달리 지급여력 측면에서의 상환 부담은 적은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DB생명)
후순위사채뿐만 아니라 단기 조달수단으로 활용했던 환매조건부채권(RP)도 정리했다. 이는 지난해 급격한 금리상승에 따른 유동성 경색에 대응해 일시적으로 발행했던 것들이다. DB생명은 지난해 말 별도 기준 2000억원이었던 RP차입금 잔액이 올 상반기 모두 상환된 것으로 파악된다.
차입부채 규모를 줄이면서 이자비용 부담은 완화되는 효과도 보고 있다. 기발행 후순위채의 경우 이자율이 5.0% 수준에서 형성됐다. 올 상반기 기준 이자비용은 216억원이며, 이 가운데 차입부채 이자는 30억원으로 확인된다. 전 반기 차입부채이자는 44억원이다.
NICE신용평가 관계자는 <IB토마토>에 "DB생명은 보험영업 포트폴리오에서 보장성보험 보유계약 비중이 업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보험계약마진(CSM)이나 K-ICS 비율이 잘 나온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라면서 "이자비용 완화도 있지만, 자본성증권 발행은 자본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발행했던 것인 만큼 상환은 회사의 자본 적정성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