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3년 동안 이어진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 합병 절차가 오늘 분수령을 맞습니다. 아시아나항공 이사진은 오늘 ‘화물분리 매각’ 안건에 대한 이사회를 개최하는데 그 결과에 따라 합병 종착지까지 갈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가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4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된 아시아나항공 이사진은 이날 오후 2시 ‘화물분리 매각’ 안건 등에 대한 의결을 진행합니다. 같은 시각 대한항공도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 이사회 결과에 따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에 제출할 시정조치안을 마무리 지을 예정입니다.
화물사업부 매각 승인은 아시아나 이사진 6명 중 과반인 4명이 찬성해야 이뤄집니다. 승인되면 같은 시각 이사회를 진행하고 있는 대한항공은 즉시 화물사업부 인수자 측에 조종사와 정비사 등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안건을 이사회에서 상정하고, 이 같은 내용을 하루 이틀 내 EC에 제출할 시정조치안에도 담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그런데 이사회가 열리는 당일까지도 이사진 사이에서는 의견을 모으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사진은 △화물사업 매각이 배임죄에 해당하는지 △합병 불발 시 독자생존 가능 여부 △주주가치 훼손 여부 등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최근 3년 아시아나 전체 매출을 보면, 화물사업부 매출 비중은 2020년(56.1%), 2021년(72.5%), 2022년(48.4%)로 캐시카우로 꼽힙니다. 아시아나항공 일반노조와 노조가 속해있는 전국공공운수노조는 이사회가 화물분리 매각 승인 시 주주가치 훼손 등 배임 혐의로 소송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여기에 이사진은 화물분리 매각 부결로 대한항공과 합병이 사실상 불발되는 수순을 밟을 경우 회사가 독자생존이 가능한지도 따져 볼 수밖에 없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비율은 1400%에 육박해 대한항공이 아닌 다른 기업이 인수에 뛰어들 지 미지수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회사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사회를 앞둔 이사진이 회사에 화물 관련 방대한 서류를 요청하고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부결되면 사실상 3년간 이어져온 양사 합병은 물 건너가게 됩니다. EC는 대한항공에게 아시아나항공과 합병 하면 한~유럽 오가는 화물 노선 독과점을 우려하는데 대한항공이 이에 대해 제출할 현실 방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 이사회가 ‘화물분리 매각’을 승인한다 하더라도 EC가 이를 토대로 최종 승인을 내어준다는 보장이 없을 뿐더러, EC가 최종 승인하더라도 승인이 남은 미국과 일본이 또 다른 시정조치안을 요구하는, 당초 KDB산업은행이 국내 메가 캐리어 탄생을 위해 추진했던 명분은 사라지고 아시아나 쪼개기로만 남겨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아시아나항공 일반노조는 “미국과 일본의 슬롯 반납 요구가 줄을 이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화물분리 매각 승인 시 배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지 없는 것이 아니다”며 “또 직원들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고, 부결 시에는 다른 인수자를 찾아나서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어서 이사진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9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 양사 항공기가 주기돼있다. (사진=뉴시스)
9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 양사 항공기가 주기돼있다. (사진=뉴시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