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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위기 고조 속 예비군 훈련
입력 : 2023-10-30 오후 5:59:39
오랜만에 국가의 부름을 받아 군복을 꺼내입었습니다. 반년 만에 예비군 훈련을 나갔죠. 훈련을 받던 중 최근 이스라엘이 예비군까지 동원해 전쟁에 나서고 있다는 뉴스가 생각이 났는데요. 훈련이 아닌 실전을 경험 중인 이스라엘 예비군들이 대단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대한민국 예비군은 '훈련'에서 더 나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랐습니다. 
 
5년차 부터 시작하는 작계훈련은 동사무소에서 진행됩니다. 저와 함께 각양각색 예비군들이 동사무소를 찾았는데요. 복무한 군에 따라 군복 색깔도 다르고 개인의 삶이 있는 만큼 개성도 다양했죠. 하지만 예비군들은 군복을 입은 순간만큼은 규칙을 명확히 따릅니다. 현역때만큼 빠르진 않지만 정해진 시간을 지키고 큰 불평도 하지 않았습니다. 2년여의 군생활을 무사히 거치면 기본값으로 생기는 특징 같습니다.
 
작계훈련에선 총을 쏘지 않습니다. 그래도 훈련 시 필요한 소총을 한 정씩 지급받는데요. 간만에 소총을 들고 걷다가 문득 이스라엘 예비군에 관한 소식이 떠올랐습니다. 지난 7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이 시작되자 예비군 총동원령을 선포했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인 약 36만명의 예비군이 소집돼 세계 각국에 흩어진 이스라엘인들이 모였습니다. 그들도 소총을 들겠지만 그 총 안에는 실탄이 들어있겠죠.
 
군대를 전역한 이후 1년에 한 두번씩 가는 훈련인 예비군이 아닌 실제 전쟁에 참여하는 예비군은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군 복무 당시에도 총구는 절대 사람에게 향하지 않았는데, 예비군으로 소집된 후 전쟁터에 나가 적에게 총구를 겨눠야 한다면 느껴본 적 없는 긴장감이 엄습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습니다.
 
이스라엘 예비군들의 애국심에 탄복하고 있을 때 한 아저씨가 저희 쪽으로 다가왔습니다. 훈련 장소 인근 교회 계단에서 쉬던 중이었는데요. 머리는 길지만 군복을 입은 무리가 휴식을 취하는 모습만 보고 "예비군 훈련 오셨나 보네요"라고 말하며 단박에 정체를 알아차렸습니다. 그리고 "고생이 많으십니다"라는 말과 함께 물과 사이다를 나눠줬습니다. 현역 군인도 아닌 기껏해야 하루만 훈련하는 예비군인데 이런 걸 받아도 되나 싶었죠.
 
다시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스라엘 예비군들과 같이 실제 전쟁의 포화 속으로 들어가는 건 두려웠습니다. 우리 예비군들은 절대 실탄이 든 소총을 손에 쥐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에 하나 전쟁이 일어난다면, 교회 계단에서 사이다를 준 아저씨는 구해내고 싶다는 생각을 끝으로 예비군 훈련을 마쳤습니다.
 
예비군 훈련 장면 (사진=연합뉴스)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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