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삼성전자가 연내 40만원대 중저가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해외에서만 운영 중인 '리뉴드폰(리퍼폰)'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정치권의 가계 통신비 인하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7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여야 위원들은 삼성전자 측에 단말기 가격이 비싸 가계 통신비 부담을 증가시킨다고 질타했습니다. 이날 참고인으로 참석한 강봉구 삼성전자 부사장은 "중저가 단말기 출시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연내 KT와 함께 40만원대 중저가 스마트폰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강 부사장이 언급한 제품은 KT 전용폰인 '갤럭시 점프3'로 예상됩니다. 최근 삼성닷컴에는 점프3 모델에 대한 지원 페이지가 개설됐으며, 전·후면 다지안과 사양이 공개됐습니다. 삼성전자가 약속한 대로 점프3를 출시하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삼성전자의 중저가폰은 기존 11종에서 12종으로 늘어납니다. 삼성전자는 보급형 '갤럭시S23 팬에디션(FE)'의 국내 출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리퍼폰은 반품된 제품이나 초기 불량폰, 전시폰, 중고폰을 재정비해 기존 출고가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스마트폰입니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에서 리퍼폰을 시범 운영 중입니다.
사진=연합뉴스
그동안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는 삼성전자와 애플은 국내 단말기 출고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실제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누적 휴대전화기 물가는 3.5% 급등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2.3%)보다 오름폭이 더 커졌습니다.
양사는 최근 2년간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출고가를 크게 인상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올해 2월 공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 시리즈는 지난해(256GB 기준)보다 기본형은 15.5%, 플러스는 12.8%, 울트라는 10.2% 가격이 인상됐습니다. 이어 8월 출시된 폴더블폰 갤럭시Z 플립5와 폴드5도 전작보다 3.4~5% 비싸졌습니다.
애플도 지난해 9월 출시한 아이폰14 시리즈 가격을 전작보다 15%가량 인상했습니다. 올해 9월 선보인 아이폰15 시리즈는 가격을 동결했지만 지난해 아이폰14 출시 당시보다 환율이 내려갔다는 점에서 인상됐다고 보는 게 맞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양사는 국내에서 판매하는 중저가 모델 출시에 소극적이라는 점도 지적받습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애플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이폰SE, 미니 등 모델을 국내에 출시하지 않아 소비자 선택권의 폭을 좁혔고, 삼성전자도 국내에 중저가 모델을 출시하지 않아 실질적인 소비자 부담을 늘렸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국내 중저가폰 모델 종류 확대는 소비자 선택 폭을 더 넓힐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국내 시장 특성상 고가폰 대비 중저가폰 인기가 낮은 만큼 가계 통신비 인하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는 의문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한국IDC는 지난달 올해 2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분석하며 경기 둔화에 따른 전반적인 수요 위축에도 프리미엄폰에 대한 수요는 견조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신지하 기자 a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