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마약의 아이콘’이 된 두 배우, 유아인과 이선균. 두 배우가 주연을 맡았지만 ‘마약 파문’으로 개봉이 불가능해진 영화는 총 5편. 이들 영화 제작비만 900억, 개봉 전 투입된 홍보 마케팅 비용까지 합하면 최대 1000억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진 한국영화 시장을 짓밟아 버리기에 ‘차고 넘치는’ 금액입니다. 국내 영화 시장을 이끄는 이른바 메이저 투자 배급사의 내년도 신작 라인업이 올스톱 됐다는 영화계의 입소문도 단순히 ‘뜬소문’만은 아닌 듯 합니다. 1000억대의 자금이 묶여 버리면서 내년도 신작 투자가 사실상 올스톱 된 듯합니다.
(좌) 유아인 (우) 이선균. 사진=뉴시스
일단 이선균이 주연을 맡은 영화는 올 연말 개봉이 예상됐던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입니다. 무려 180억이 투입된 SF영화입니다. 홍보 마케팅 및 개봉 비용을 포함하면 200억이 훌쩍 넘어가는 대작입니다. 짙은 안개가 낀 공항대교에서 연쇄 추돌 사고가 발생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재난 영화로, 군이 비밀리에 개발한 특수 생명체가 봉쇄된 대교에서 풀려나고 아비규환의 상황을 맞이한단 얘기를 그립니다. 이선균은 극중 다리 위에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 ‘차정원’을 연기합니다. 편집이나 다른 방법으로 분량을 최소화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극 중심에 선 캐릭터입니다. 현재 이선균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고 여러 정황상 이 영화의 개봉은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란 게 영화계 관계자들의 시각입니다.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는 또 있습니다. ‘행복의 나라’(가제)로, 총 100억대가 투입된 작품입니다. 10.26 사건을 재조명한 내용으로,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연출한 추창민 감독이 절치부심으로 매달린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선균은 극중 두 명의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인 ‘강직한 군인’역으로 출연합니다. 당연히 편집이나 다른 방법으로 분량을 조정할 수 있는 게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행복의 나라’는 영화계에서 ‘수작이 나왔다’고 할 정도로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입소문이 퍼지고 있지만 이선균 사태로 인해 개봉이 불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앞서 유아인은 이창호-조훈현 두 사제 시간의 반상 대결을 그린 바둑 영화 ‘승부’(100억) 그리고 강형철 감독이 연출을 맡은 다섯 명의 초능력자들이 등장하는 ‘하이파이브’(200억)의 개봉을 막아 버렸습니다. 300억대 제작비가 투입된 넷플릭스 12부작 시리즈 ‘종말의 바보’도 유아인 사태로 인해 공개가 불가능해졌습니다.
이들 ‘개봉(공개) 불가능’ 작품에 투입된 영화계 자금만 공개된 금액이 900억대, 현재까지 투입된 홍보 마케팅 비용 및 개봉 준비에 사용된 금액까지 포함하면 무려 1000억대를 넘어설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충분히 납득 가능한 수치의 금액입니다.
이들 영화의 투자 및 배급을 담당한 회사들 그리고 제작사들은 일단 이들 배우들에게 위약금 및 피해 보상을 위한 청구가 가능할 전망입니다. 하지만 위약금의 경우 피해 금액 대비 예상 밖으로 큰 금액이 아닐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범법행위를 저지른 배우들의 작품이라도 그들이 중심이 아닌 여러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노력이 투입된 결과물이기에 그에 따른 합당한 선택을 받을 기회조차 뺏기는 것은 가혹한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만난 자리에서 “이들 영화들의 개봉을 한 배우의 일탈로 인해 영원히 묻어 버리는 건 시장 전체를 위해서도 옳은 선택은 아닐 듯하다”면서 “관객들의 선택에 심판을 받을 기회조차 박탈하는 건 고려해 봐야 할 지점이 아닐까 싶다”고 의견을 내비쳤습니다.
이런 의견은 곧바로 1000억대 자금이 공중분해 되면서 투자 시장 자금 흐름을 막아 버리는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미 지난 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구창근 CJ ENM 대표는 “영화 시장 투자 중단 사실 아니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CJ ENM의 올해 또는 내년 초 성수기 시장을 겨냥했던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공개 자체가 불가능해 진 상태입니다. CJ ENM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J ENM의 밤’을 개최하면서 내년도 스크린 신작 라인업 발표를 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메이저 투자 배급사의 신작 라인업도 현재까지 전무한 상태입니다. 예정된 신작은 이미 촬영이 오래 전에 마무리돼 개봉을 확정한 ‘외계+인 2부’ 그리고 ‘노량: 죽음의 바다’뿐입니다.
영화계 전체의 우려가 점차 현실화 되고 있습니다. 한국영화 전체의 ‘셧다운’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듯합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