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금융위원회가 금융사 제재 소송 등에 대응하기 위한 내년도 소송 수행 예산을 2배 가까이 늘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당국이 최근 자본시장의 시장 교란 행위, 금융사 내부통제 위반 등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있는데요. 제재 칼바람이 불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내년 예산을 계획하면서 소송 수행에 대한 비용을 8억원으로 편성했습니다. 올해 관련 예산 4억2500만원의 2배에 달합니다. 금융위 예산안은 11월 한 달동안 국회 정무위원회의 예비심사,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본심사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됩니다.
그동안 금융위의 제재 조치에 대한 금융사의 불복 소송과 패소율이 치솟으면서 제재 정당성과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는데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민주당 의원이 금융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지난 8월까지 금융위를 대상으로 제기된 소송 건수는 총 387건, 소송가액은 807억1247만원에 달합니다. 지난 2018년 49건(96억 4602만원), 2019년 49건(160억 6778만원), 2020년 70건(228억 2825만원)으로 꾸준히 증가했고, 지난 2021년과 2022년 각각 78건(139억 7356만원), 67건(70억 5127만원)으로 줄었습니다. 그러다가 올 들어 지난 8월까지만 74건(111억 4555만원) 피소당하는 등 급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급증하는 피소건에 비례해 금융위의 소송 비용도 급증하면서 매년 수억원의 혈세가 낭비된다는 점인데요. 실제 지난 6년간 금융위가 피소 건 대응으로 집행한 예산은 32억7600만원입니다. 같은 기간 금융위가 이긴 소송이 151건 중 97건인데요. 패소할 경우 금융위가 소송 비용을 모두 떠앉아야 합니다.
금융위는 올해 소송 수행 비용이 이미 바닥난 상태이며, 내년 예산을 앞당겨 쓰는 방식으로 소송을 치르고 있는데요. 금융위 내부엔 소송을 전담하는 변화사가 2명 뿐이며, 그마저도 인력이 부족하면 외부 소송 대리인을 선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형 금융사에서는 소송 한 건에 금융위 1년 예산에 맞먹는 비용을 들여 대형 법무법인을 선임하기도 한다"며 "금융당국은 법무법인은 커녕 해당 소송이 전문 분야도 아닌 변호사를 고용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그는 "올해 자본시장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제재가 많았기 때문에 내년엔 불복 소송이 더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금융위원회 복도를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