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우리나라 9월 경상수지가 54억2000만달러 흑자로 다섯 달 연속 흑자를 이어갔습니다. 다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든 '불황형 흑자'가 지속되고 있는데요. 한국은행은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지만 중동 분쟁으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고 중국 경기의 회복 속도도 예상보다 더딘 점은 변수로 남아있습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3년 9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올해 9월 경상수지는 54억2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4월 7억9000만달러 적자를 낸 이후 5월(19억3000만달러)과 6월(58억7000만달러), 7월(37억4000만달러), 8월(49억8000만달러) 이어 5개월째 흑자 기조를 유지했는데요. 경상수지가 5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3~7월 이후 14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다만 1~3분기 누적 경상수지는 165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57억5000만달러를 보였던 흑자 수준엔 크게 못 미쳤습니다. 항목별로는 상품수지가 74억2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2년만에 최대폭 흑자를 냈는데요. 이는 이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든 영향입니다. 9월 수출은 556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동월 대비 2.4% 감소했지만, 수입은 482억3000만달러로 14.3% 줄었습니다. 감소액과 감소율 모두 수입이 수출을 크게 웃돌면서 '불황형 흑자' 형태를 지속했습니다.
수출의 경우 승용차(9.1%)가 호조를 지속했으나 반도체(-14.6%), 화학공업제품(-7.3%), 석유제품(-6.9%) 등의 실적이 1년 전에 미치지 못하면서 1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습니다. 다만 미국과 유럽연합 등을 중심으로 승용차 수출이 늘고 반도체가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비스수지는 31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는데요. 적자 규모가 8월(15억7000만달러)의 2배 이상으로 커졌습니다. 여행수지가 9억7000만달러 적자를 보이면서 전달 11억4000만달러에 비해서는 적자가 줄었고, 지식재산권수지는 6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8.5%), 유럽연합(EU·6.5%)에 대한 수출은 증가했지만 중국(-17.6%), 동남아(-7.4%), 일본(-2.5%) 등으로의 수출은 부진했습니다. 수입은 에너지 수입가격 하락으로 원자재 수입이 20.9% 줄었습니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융계정은 순자산은 9월 중 45억2000만달러 증가했습니다. 직접투자에서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20억달러 증가하고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3억5000만달러 늘어 16억5000만달러에 순자산 증가 효과가 나타난겁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65억7000만달러 늘고 외국인 국내투자가 13억7000만달러 늘어났습니다.
한은은 10월 경상수지 전망에 대해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지난 8월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폭을 270억달러로 상향 조정한 바 있는데요. 4분기 약 105억달러 흑자를 내면 이에 부합할 것으로 보입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서비스수지와 이전소득수지 악화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상품수지가 크게 개선됐다"며 "4분기에는 상품 수출이 본격화되며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에 화물차가 분주하게 출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