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봉생태평화공원-조강'해넘이'야간개장>을 알리는 네이버의 배너 광고.
네이버에서 김포시청을 검색하면 <애기봉 생태평화공원-조강 '해넘이' 야간개장> 안내 배너가 뜹니다. 조강(祖江)은 김포시 월곶면 조강리(조강포) 앞을 흐릅니다. 예성강, 임진강, 한강, 염하(김포와 강화 사이 해협)가 만나는 곳이어서 '할아버지강', '으뜸강'이라는 뜻으로 이렇게 불렸답니다.
남북 모두 같은 지명, 조강리…"서부전선 최전방 애기봉의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 거행…"
바로 맞은편 북한 땅 지명도 똑같습니다. 황해북도 개풍군 임한면 조강리. 분단 전에는 같은 생활권이었음을 지명이 그대로 보여줍니다. 한강하구 가운데쯤 있는 조강은 서울을 오가는 수로 교통 요지이자 물류거점으로 번성했고 어업은 물론 강 하구 특유의 퇴적으로 땅이 농사도 잘 되는 지역이었습니다. 분단 전에는 남북의 조강리를 하루에 몇 번이고 배가 오갔다고 합니다. 1953년 정전협정은 한강하구를 중립수역(1조 5항)으로 규정해 남북 민간선박의 항행 가능지역으로 설정해 놨으나, 오직 문서만 그렇게 돼 있을 뿐입니다.
남북한의 조강을 조망하는 애기봉은 철탑의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으로 유명했던 곳입니다. "북한 동포들에게 은총과 성탄의 기쁨을 전하기 위한 해병대 청룡부대의 성탄수 점등식이 오늘 서부전선 최전방의 애기봉에서 거행돼…", "서부전선 최전방 애기봉의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이 오늘 저녁에…"라는 방송이 매년 반복됐습니다.
1953년 휴전 직후 한 병사가 평화를 기원하며 소나무에 불을 달아 켠 데서 시작됐다는 애기봉 성탄 드리는 1971년에 높이 18m의 등탑을 만들어 매년 연말 점등 행사를 했습니다. 개성에서 23km밖에 안 되니, 북한에서는 너무나 잘 보였고 눈에 거슬리는 존재였습니다. 굽이굽이 남북관계 곡절 속에 점등 행사가 중단됐다가 재개되고 북한이 수차례 포격 위협을 했던 애기봉 성탄트리는 2012년 12월 점등을 마지막으로 중단됐고 결국 2014년 10월, '철탑 노후화에 따른 안전문제'를 명분으로 철탑이 철거됐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2021년 10월에 생태평화공원이 조성됐습니다. '서부전선 최전방'에 있던 평화기원의 상징이자 남북갈등의 상징적 존재였던 겁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김병수 김포시장과 그가 속한 국민의힘은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국민의힘과 김포시의 발표나 주장을 보면, 다른 분야는 물론이고 '서부 전선의 최전방' 김포시의 서울 편입에 대한 군사전략적 문제나 안보 측면 문제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김포-북한 간 거리, 모래 쌓이면 겨우 700m…북한 박격포 사거리 3km, 기관총 1km
애기봉에서 북한까지 1.4km 거리이고 김포에서 북한까지 강폭이 가장 좁은 곳은 1.25㎞ 정도입니다. 폭우 등으로 양쪽 둑에 모래가 쌓이면 그 폭이 700m까지 줄어들기도 한답니다. '서울시 김포구'가 되면 수도 서울과 북한이 불과 1km 안팎의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접하게 되는 셈입니다.
박정희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휴전선 거리가 40km에 불과하다는 안보 문제와 수도권 과밀화 해결을 위해 충청권으로 수도 이전을 추진한 바 있습니다. 40km도 불안한 판이었는데, 이제 1km 안팎 수준으로 자진해서 더 좁히겠다는 겁니다.
김포가 인근 파주, 강화도 등과 함께 대북 전단 살포 주요 거점이 되는 것도 이렇게 가깝기 때문입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등은 지난해 4월 25일~26일에 전단 100만장을, 7월 6일에 마스크와 의약품을 살포했고 올해도 5월 초와 6월 25일에 대북 전단과 책, 쌀, USB를 풍선에 띄웠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처벌조항을 위헌이라고 판결하면서 전단 살포 족쇄가 완전히 풀렸습니다. 이전보다 더 대규모로 대북전단 살포가 재개될 것이 뻔하지만 윤석열정부는 박근혜정부, 이명박정부와도 달리 '자제 요청'도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북한이 전단에 예민해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2014년 10월 연천군 태풍전망대 인근 비무장지대 대북전단 풍선 살포 당시 북한이 고사총으로 사격하고 남한이 기관총으로 대응하면서 시차가 있기는 했지만 총격전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7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장기본동 행정복지센터서 열린 서울시 편입 관련 주민간담회에서 김병수 김포시장이 편입 계획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원식 국방장관은 '서울시 김포구' 문제와 관련해 지난 8일 국회에서 "김포를 담당하는 육군 사단이나 해병대를 수도방위사령부에 배속할지 등을 판단하면 된다. 군사작전상에는 큰 변화가 없다"며 "서울시민이 피해를 보면 세게 대응하고 김포시민인 경우엔 약하게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수도권은 서울을 포함해 북쪽은 의정부, 서쪽은 김포, 남쪽으론 수원 일대, 동쪽은 양평 일대를 통칭한다"며 "서울과 수도권 주변은 (서로) 다른 게 아니라 같이 묶어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방어한다"고도 했습니다.
교전 발생하면 "수도 서울이 공격당했다" 파장…스스로 완충지대 없애려 하나
"서울에는 세게 대응하고 김포에는 약하게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는 건 지극히 당연하지만, 전체적으로 별 의미 없는 답변입니다. 북한과의 국지적 충돌 가능성이 상존하는 정세이고 그 중에서도 대북전단 문제는 언제든 발화가능한 불씨입니다. 북한과 군사적 충돌이 벌어졌을 경우 접경지역 '경기도 김포시'와 '서울시 김포구'의 파장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 공격당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안보는 물론이고 우리 경제에도 치명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수도권을 겨냥하고 있는 북한의 방사포와 장사정포까지 얘기할 것도 없습니다. 북한군 박격포 중대의 82mm박격포 사거리가 3km이고, 73식 기관총 유효사거리가 1km(최대사거리 3.6km)입니다. 북한이 2014년 연천군에 풍선에 발사한 14.5mm 고사총의 유효사거리도 최소 1.4km입니다. 김포시 조강리는 이 사거리 안에 들어갑니다.
비무장지대(DMZ)는 쌍방 2km의 완충지대를 만든 것이고 2018년 9·19군사합의도 공중에서의 완충지대를 확보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9·19 군사합의 파기를 운운하는 정작 이미 확보한 수도 방위의 완충지대를 없애겠다는 겁니다. 국내정치용으로, 단시 선거 승리를 위해서 말입니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