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범죄수익 1원도 은닉 못하도록 박탈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발언 이후 국회에서 낮잠을 자던 관련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11일 금융권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예금보험공사가 가상자산자산사업자에 대한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담은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어 7월에는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제출했고 현재 관련 법안들은 소관위원회인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입니다.
예보는 저축은행 사태 등 부실이 발생한 31개 금융사에서 돈을 빌렸다가 갚지 않은 채무자나 부실에 책임이 있는 금융사 임·직원 등 채무액이 수십억원대에 달하나 재산을 은닉한 자들의 재산을 회수하고 있는데요.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암호화폐거래소를 통해 재산을 숨긴 채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어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예보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실제 예보가 채무 원금이 수십억원인 고액 부실 채무자 1000여명의 암호화폐 원화 거래소 연계 계좌 관련 내역을 조사한 결과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5대 암호화폐 원화 거래소와 실명 계좌 발급 계약을 맺은 은행 계좌는 수십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이같이 코인 등 가상화폐가 새로운 은닉 재산 수단으로 떠올랐지만 현행법상 예보는 공공기관과 은행·보험·증권사 등 금융회사에 대한 자료제공요구권만 갖고 있어 암호화폐에 대한 조사권이 없습니다. 고액 채무자들이 가상자산거래소로 재산을 빼돌려도 쳐다만 볼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시급한 현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직 법사위도 못 올라갔다"며 "채무자들이 빚을 안갚고 은닉하기 쉬운 암호화폐로 돌려놓는 게 최근 트렌드로 자리잡다 보니까 범죄자들의 불법 자산 회수를 위해서라도 올해 안에 꼭 법안이 통과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일각에선 금융감독원에도 예보법 개정안이 갖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가상자산거래소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령을 주축으로 직접 관리·감독하고 있어 금감원이 개입하기 어렵습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FIU가 아닌 압수수색을 통해 범죄 수익을 환수하려면 영장이 필요한데 영장이 나올 때까지 1달 가량 걸린다"며 "그동안 범죄 수익은 5~6번 개구리마냥 튕겨지면서 스위스 등 여러 계좌로 옮겨지기에 찾기가 너무 어려워진다"고 지적했습니다.
예금보험공사 전경. (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