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지난 8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파두(440110)가 충격적인 3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습니다. 이로 인해 주가는 하한가를 맞았는데요. 주가 폭락 전 초기 기관투자자들이 물량을 털고 나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의혹이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조사 여부를 검토 중입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파두는 지난 9일과 10일 각각 29.97%, 21.93% 급락했습니다. 주가가 급락한 원인은 충격적인 3분기 실적 때문인데요. 파두는 지난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3억2081만원으로 전년 동기(135억9243만원) 대비 97.6%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34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42억원에서 손실 폭이 715% 커졌습니다. 게다가 2분기 매출은 5900만원에 불과했죠.
파두는 지난 8월 7일 상장할 때만 해도 올해 첫 '조' 단위 기업공개(IPO) 대어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상장 과정에서 제시한 올해 예상 매출액은 1203억원이었지만 정작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80억4406만원에 그쳤습니다. 전년 같은 기간(325억6016만원)보다 44.6% 쪼그라들었습니다.
일각에선 초기 기관투자자들이 실적 악화를 미리 알고 지분을 미리 팔아치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포레스트파트너스가 최대주주인 세쿼이아트리5호창업벤처전문사모투자 합자회사는 이달 들어 장내 매도를 통해 파두 지분율을 6.92%에서 4.06%로 줄였다고 지난 10일 공시했습니다.
세쿼이아트리5호창업벤처전문사모투자 합자회사는 지난 3일부터 8일까지 파두 주식 총 27만9553주를 장내 매도했습니다. 1주당 취득 단가는 1만7987원이지만 처분 당시 평균 단가는 약 3만3746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취득 단가 대비 2배 가까운 금액입니다. 같은 기간 특별관계자로 있는 투자조합들도 취득 단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장내 매도를 단행했습니다.
3분기 어닝쇼크라는 실적을 미리 알고 장내 매도를 한 것이라면 악재성 미공개정보 이용으로 불공정거래에 해당합니다. 이에 파두가 금감원으로부터 불공정거래 관련 조사를 받을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공정거래 혐의 제보를 받는다고 모두 조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혐의 가능성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모니터링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상장 당시 공모가 3만1500원에서 지난 10일 1만8970원까지 주가가 밀리자 파두는 13일 입장문을 발표하며 3분기 어닝쇼크에 대해서 해명했습니다. 파두는 "예상을 뛰어 넘은 낸드(NAND) 및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의 침체와 데이터센터들의 내부 상황이 맞물려, SSD 업체들 대부분이 큰 타격을 입었고 당사 역시 이를 피하지 못했다"며 "4분기에는 기존 고객사들로부터의 발주가 이미 재개되었음을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입장문을 공개한 이날 파두는 0.37% 상승한 1만9040원에 마감했습니다.
기술특례상장 루트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만큼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공동 주관사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졌습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매출을 추정 당시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장기적인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에 따라서 파두의 SSD 컨트롤러가 채택이 된 것은 다 확인했고 이를 토대로 2~3년 치 매출 추정을 하고 밸류에이션을 책정한 것"이라며 "일부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이 지연되면서 3분기 매출이 나온 것으로 4분기 이후엔 조금 회복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8월 7일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열린 파두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 (사진=한국거래소)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