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외치고 있습니다. 누가 더 탄소중립에 빨리 도달하는가를 놓고 경쟁을 펼치는 양상입니다. 앞으로 ESG에 뒤떨어진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이에 대비해 각국 정부도, 기업도 친환경 정책과 사업에 힘을 주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카페쇼'에서 동일프라텍이 제조한 생분해 빨대가 전시돼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우리나라 환경부만 다른 모습입니다. 환경부는 친환경 정책을 가장 고심하고 또 가장 앞세워야 할 정부부처입니다. 무슨 이유에선지 유독 환경부 친환경 정책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환경부는 돌연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자율에 맡기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전부터 무기한 연장되던 단속 유예기간도 이번에는 빠졌습니다. 일회용품 사용을 알아서 하라는 방침인데요. 우리사회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급격히 줄어들거나 그러한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아닌데 손을 놓은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동안 환경부는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해 왔습니다. 시행일자는 여러 차례 바뀌긴 했지만 시행하겠다는 의지는 언론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여왔습니다. 시행을 할 거라면 준비가 필요하다고 자영업자들은 얘기해 왔습니다. 적극적인 홍보와 지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바랐습니다. 당장의 부담은 크지만 방향성에 공감하는 자영업자들도 많았습니다. 시행일이 다가오면서 미리 준비를 마친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회용품 규제 시행을 앞두고 유턴한 환경부 정책에 많은 이들이 길을 잃었습니다. 당장 눈앞의 원자잿값은 줄일 수 있겠으나 멀리 보면 어차피 시행할 정책 아니겠느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락가락 할 바에야 적극적인 준비 태세를 갖춰서 밀어붙이는 것이 먼저 맞는 매와 같은 효과를 줄 수 있다고도 합니다. 만약 환경부에 새로운 장관이 오면 또 들여다볼 정책이기에 지금의 중단은 의미가 없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불만 많은 정책을 폭탄 떠넘기듯 넘겨버리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들려옵니다.
환경부의 변심으로 애꿎은 친환경 사업자들만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야심차게 기획했던 종이 빨대, 생분해 빨대, 쌀 빨대를 끌어안고 말입니다. 밀려오는 발주 취소와 반품의 파도를 맨몸으로 맞고 있습니다. 한 자영업자 단체는 안타까운 마음에 이들의 친환경 빨대를 대량 구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환경부가 원하던 그림이 이 그림이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