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이 대학도 졸업하고, 취업해 일도 하고 있어 큰 걱정 없이 지내던 아버지가 요즘 통 잠을 못 주무신다고 합니다.
텔레비전이 좋다며 밤늦게까지 드라마를 본다고는 하지만, 다른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최근 사색에 자주 빠지는 아버지 모습을 보면, 슬슬 은퇴 이후의 삶을 고민하시는 듯합니다.
책임감은 다소 줄고 어깨도 가벼워지겠지만, 30년을 훌쩍 넘게 해오던 직장생활을 내려놓는다는 게 쉽지 않은 모습입니다.
이런저런 고민으로 잠 못 드는 건 저희 아버지 뿐만이 아니었더라고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1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스로 수면장애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는 것을 고려하면 110만명을 웃도는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면장애 환자는 주로 50대 이상 중장년층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습니다. 환자 수로 보면 60대가 25만2829명으로 가장 많았고, 50대가 20만7698명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은퇴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는 나이, 은퇴한 직후 수면장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모습입니다. 이정석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은퇴 등 일상생활의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수면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정년 나이는 60세입니다. 그러나 연금 지급 나이는 현재 63세, 2033년에는 65세로 늘어나죠. 소득 공백, 즉 소득 크레바스가 발생합니다. 생활패턴 변화를 비롯해 아버지들이 잠 못 드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국회에서는 연금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수개혁, 구조개혁 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주된 쟁점입니다. 그러나 소득 공백을 해결하기 위한 고용연장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구직신청서 쓰는 한 중년남성 모습.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