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본격적인 겨울에 접어들면서 전기차 업체들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온이 떨어지면 전기차 배터리 성능도 떨어져 주행가능거리가 감소하기 때문인데요. 특히 내년부터는 저온 주행거리를 상온 주행거리의 70%이상으로 맞추지 못하면 보조금 대상 차종에서 제외됩니다. 현재 기준(65%이상)을 통과한 차량들도 이번 겨울을 제대로 나지 못할 경우 '보조금 탈락'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20일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기아(000270) EV9(2WD 19인치)의 주행거리는 상온(영상 20~30도) 508km, 저온(영하 7도) 368km로 140km 차이가 납니다. 상온 대비 효율은 72.4%입니다.
현대차(005380) 아이오닉6(롱레인지 2WD 18인치)도 상온 544km에서 저온 428km로 100km 이상 감소합니다.
아우디 Q4 e-트론(사진=아우디)
수입차도 마찬가지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 EQB 300(5인승)은 상온 312km에서 저온 225km로 72.1% 수준이고 BMW i4 eDrive40은 상온 444km에서 저온 327km로 73.6%의 효율을 보였습니다.
온도가 낮으면 배터리 내부 저항이 증가해 에너지 효율이 크게 떨어지고 주행거리도 줄어듭니다. 게다가 전기차는 실내 난방에 필요한 히터를 작동하는데 배터리를 사용합니다. 엔진 열을 활용하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 에너지 소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상온과 저온 사이에서 큰 성능 차이를 보입니다. 환경부가 차량의 난방 기능을 최대치로 해 놓고 저온 주행거리를 측정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상온과 저온 주행거리 차이가 많이 나는 전기차는 보조금도 받을 수 없습니다. 환경부는 2021년부터 저온 주행 테스트에서 상온과 비교해 일정 수준 이상의 주행거리를 인증 받아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는데요.
올해까지 상온 주행거리 400km 이상 전기차는 저온에서 65%이상 나와야하지만 내년부터는 70%이상으로 상향됩니다. 상온 주행거리 300km 이상은 75% 이상 저온 주행거리가 확보돼야 하죠. 전기차 제조사들은 보조금을 받기 위해 저온 충전 주행거리를 늘려야 합니다.
상온 대비 저온 주행거리.(그래픽=뉴스토마토)
현재 아우디 Q4 e-트론의 경우 상온 411km, 저온 268km로 상온 대비 효율은 65.2%에 그칩니다. 올해는 65%이상을 충족하지만 내년 70%이상 기준엔 못 미칩니다.
폭스바겐 ID.4(상온 421km, 저온 292km)와 폴스타2 롱레인지 싱글모터(상온 417km, 저온 288km) 역시 각각 69.4%, 69.1%에 불과합니다. 쉐보레 볼트EV도 상온 414km에서 저온 273km로 효율이 65.9%에 그칩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겨울철 히터를 켜면 주행거리가 확 줄어드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주는 것이 전기차 프리미엄급 모델의 가장 중요한 숙제"라며 "10~20km가 아니라 100km 이상 차이가 나니까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폴스타2 부분변경.(사진=폴스타)
이처럼 전기차 성능에 중요한 저온 주행거리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정보를 알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꼽힙니다. 현재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의 상·저온 구분 없이 도심과 고속도로 주행거리를 반영한 복합 주행거리 정보만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월 기온 변화에 따른 자동차의 주행가능거리와 연비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자동차 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김 의원은 "소비자가 전기차를 구매할 때 관련 정보가 충분하게 제공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동차 제작자가 기온 변화에 따른 자동차의 주행가능거리 및 연비 정보 등을 소비자에게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해 소비자들의 불편과 혼란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전기차는 이동수단의 기능이 브랜드 선호 보다 앞선다"며 "주행거리는 가격과 함께 소비자가 전기차를 선택할 때 최우선으로 하는 요소인 만큼 저온 주행거리에 대한 명시 의무와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