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친환경제품을 제조하며 미래를 준비했던 중소기업들이 미래가 사라졌다고 호소하고 나섰습니다. 일회용품 규제 정책의 시행 일정이 오락가락 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들은 단순한 미봉책이 아닌, 앞으로 생산할 제품의 판로가 유지될 수 있게끔 하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외쳤습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오는 24일 전에 일회용품 규제 계도기간을 정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입니다.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환경부 일회용품 규제 후퇴로 인한 친환경제품 생산 소상공인 피해 경청 간담회'를 열고 종이빨대생존대책협의회 회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환경부 일회용품 규제 후퇴로 인한 친환경제품 생산 소상공인 피해 경청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이날 종이빨대생존대책협의회에서 친환경 빨대와 식기, 포장지를 제조하는 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했습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경영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이 가장 큰 리스크다. 특히 영세 사업자일수록 고통이 크다"고 현재 친환경제품 제조 기업의 상황을 진단했습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장관의 엉터리 인심을 환경부 직원이 바꿔주지 못하면 자격이 없다"며 "이 일만큼은 절대로 후퇴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종이빨대생존대책협의회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대안을 요구했습니다. 협의회는 호소문을 통해 "종이빨대는 플라스틱 빨대의 경쟁상품이 아니라 대체 상품이다. 대체 상품의 시장은 규제하는 상품의 사용이 금지돼야 비로소 정착된다"며 "줄도산 위기를 벗어나려면 자금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긴급 정책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보여주기식의 금융지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견딜 만큼의 저리대출은 결국 업체의 빚만 늘리는 것이기에 거부한다. 현재 종이 빨대 업체들이 떠안고 있는 재고물량이 반드시 해결되고, 앞으로 생산할 종이빨대 판로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날짜를 정확하게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습니다. 이수빈 화진몰테크 지사장은 "한 달이 됐든, 두 달이 됐든 무기한 유예가 아니라 정확한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들 업체는 정부가 당장의 재고 처리만 해주면 된다는 식의 태도를 지양하고 사업상 입은 피해 전체를 봐야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정책 변경으로 인한 피해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광현 리앤비 대표는 "당장의 피해를 넘어 앞으로 발생할 피해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며 "극소한 피해가 문제가 아니라 향후 3년, 5년, 10년 안에 발생할 수 있는 영업손실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종화 제로코퍼레이션 대표도 "기존 매출을 유지해서는 살아갈 수 없다. 그동안 투자를 해온 이유는 일회용품 규제가 시행되고 매출이 현재보다 10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투자를 해온 것"이라며 "열배 이상의 매출에 대한 판로가 개척이 돼야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피해 기업들의 의견을 청취한 조현수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일회용품 규제를 유지하되 단속과 처벌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환경부의 뜻을 밝힌 뒤 "무기한으로 계도기간을 가질 생각은 없다. 계도기간이 언제가 좋을지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이번 주 금요일 전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이상훈 누리다온 이사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에 대한 단속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응수했습니다. 이 이사는 "종이빨대는 플라스틱 빨대의 대체제다.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 사업을 시작했던 것이다. 그 전제가 안 된다면 살아남지 못한다"며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계획대로 일회용품 규제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간담회를 주최한 이 의원은 추가 간담회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환노위 자체의 논의에서 그치는 것인 아니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와도 협의해 중소벤처기업부의 역할이 필요한 부분도 피해 기업들과 함께 논의한다는 계획입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