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소유주들은 전기차를 사려면 여유로운 '집밥'(집 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본인만의 특정한 충전소에서 문제없이 충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전기차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인데요.
(사진=뉴시스)
국내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가 50만대를 넘어서면서 전기차 충전 관련 분쟁도 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개인주택보다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 비율이 높은데요. 한정된 공간에서 충전기를 공유하는만큼 전기차 충전 문제도 큰 상황입니다.
올해 7월 기준 국내 전기차 충전기는 24만3000여대입니다. 국내 충전기 1기당 2대의 전기차가 사용하는 셈죠. 수치로만 보면 우리나라 전기차 인프라 구축은 빠른 편입니다.
지난해 국제에너지기구(IEA) 조사에서 충전기 1기당 전기차 대수는 세계 평균이 10대, 유럽이 13대, 중국이 8대였습니다.
문제는 양보다 질입니다. 실제 전기차를 운행하는 차주들은 불편함을 호소합니다. 정부가 접근성과 편의성, 인구밀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충전기 숫자 늘리기에만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충전소가 필요한 수도권 아파트 밀집 지역에는 충전기 부족을 호소하는 반면 인구가 적은 지방 공공기관에 설치된 충전소는 텅텅 비어있습니다.
또 고속도로 휴게소나 일반 충전소에서 급속 충전기가 부족해 애를 먹는 경우도 잦습니다. 전기차 충전 라이프스타일 스타트업 소프트베리가 전기차 이용자 12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무려 84.3%가 전기차 충전을 하며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공공장소 위주로 급속 충전기의 구축을 늘리는 한편 아파트 같은 거주 지역에는 완속 충전 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일부 전기차 소유주들은 집밥 설치도 하고 있습니다. 바로 홈 충전기인데요요. 하지만 충전기와 설치비까지 총 100만원가량이 들어 보급률은 떨어집니다.
전기차 시장이 다시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집밥처럼 든든한 충전기가 있어야합니다. 정부는 아파트 거주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 실정에 맞춰 전기차 급속 및 초급속 충전소를 늘리고 기존 충전소 관리에도 힘써야 합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