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사진=현대그룹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현대엘리베이터 내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현대그룹이 주주친화정책을 통한 우호지분 확보에 적극적입니다.
23일 현대그룹 등에 따르면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한 주주친화정책에 이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기로 하는 등 파격적인 결정이 이어집니다. 자칫 의결권 다툼으로 번질 수 있는 외국계 지분과 사모펀드 등과의 대립 구도에서 국민연금 등 중립표를 우군으로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됩니다.
앞서 현 회장은 지난 17일 현대엘리베이터 등기이사 및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키로 했는데 비등기임원에서도 빠져 그룹 회장직만 유지합니다. 현대엘리베이터에서 보수를 받지 않고 개인지분 만큼 배당만 수령하게 될 전망입니다. 이전 KCGI자산운용이 주주서한을 통해 현 회장의 사내이사 적격성을 재검토할 것과 적극적인 주주환원 등을 요구했는데 이를 모두 받아들인 결과입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자사주도 매입하고 있습니다.
KCGI와 쉰들러 등 사모펀드와 현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 차이가 크지 않은 가운데 국민연금과 오비스 인베스트먼트 외 기관투자자 등 외부지분이 의결권 분쟁 발생 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경우 수탁자책임 원칙과 스튜어드십코드 등에 따라 의결권 내지 주주제안에 적극적인데 현대엘리베이터가 대립할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삼성전자 등 주요 대기업들은 이미 해외 선진기업을 따라 이사회 중심 경영 차원에서 사외이사 의장을 선임해왔습니다. 현대엘리베이터도 기조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현 회장의 등기이사 및 이사회 의장직 사임 결정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이사회 중심의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강화하고자하는 선제적 결단”이라며 “차기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해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또한 당기순이익의 50% 이상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의 주주환원정책도 약속했습니다. 이로써 중립표가 우호적으로 바뀔 수록 현대엘리베이터에 적대적이었던 쉰들러 등의 입지는 작아질 전망입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