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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단절 여성의 불안한 일자리
입력 : 2023-11-23 오후 5:38:31
"육아휴직 가는 거 눈치 보이지. 중소기업에서 아기 낳는다고 하면 누가 좋아하겠어. 돌아와서도 문제야. 아기도 키워야 하니 눈칫밥 생활하는 거지 뭐."
 
경기도 한 종합병원 원무과에서 일하는 임신 7개월 차 최모(28) 씨는 육아휴직을 앞두고 한숨이 늘었습니다. 아직 휴직도 전인데 직원들의 따가운 눈총을 피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미래도 걱정입니다. 일단 육아휴직에 들어가기만 하면 괜찮겠지만, 출산 이후 무사히 복귀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최근 병원에서 새로운 원무 직원을 '육아휴직 대체직'이 아닌 '정규직 남성'으로 채용하려 하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돌아와서도 문제입니다. 육아기 단축근로 제도로 2시간 일찍 퇴근할 수 있지만, 본인이 쉬면 다른 사람이 힘들어지는 것을 뻔히 알기 때문에 마음이 영 좋지 않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여성들의 경력단절 이유는 '육아'로 꼽힙니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퇴사 이유는 '회사에서 주는 눈치'가 큰 것 같습니다. 육아휴직 제도가 제대로 운영이됐다면, 한참 전부터 경력단절 여성이 줄었어야 했을 텐데 그러지 않았으니 말이죠. 
 
중소기업 사용자, 관리자들이 육아휴직을 좋아하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얼굴에 철판을 깐다고 해도 이런 눈총들을 받으며 회사에 다니는 것은 쉽지 않겠죠.
 
고용노동부에는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온라인 모성보호 익명 신고센터'를 통해 총 220건의 모성보호 위반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신고센터에 접수된 220건의 유형을 보면 가장 많이 신고된 내용은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불리한 처우(47건)였습니다. 육아휴직 사용 방해나 승인 거부(36건)도 뒤를 이었습니다.
 
자기 회사를 신고하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적잖이 억울하지 않고서는 엄두를 내기 어렵죠. 남성이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중소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회사를 신고하지 못한 경우를 포함하면 육아휴직,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겁니다. 
 
한국은 0.78로 사상 최악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만들어진 제도를 이용하는데 눈치를 봐야 하는 사회는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은 취업박람회 모습. (사진=뉴시스)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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