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기업부채가 역대급으로 증가하며 고금리 속 리파이낸싱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리파이낸싱은 기존 부채를 새 부채로 메꾸는 방식인데 전보다 높은 새 이자율이 적용됨에 따라 이자부담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최근엔 회계상 자본에 속하는 영구채 성격의 신종자본증권도 섞여 있어 부채부담이 보기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옵니다.
27일 한국은행 및 업계 등에 따르면 2020년말 신용등급 AA- 기준 3년물 회사채 금리는 평균 1.39%였습니다. 올 10월 말 기준으로는 4.91%입니다. BBB+ 3년물은 8.88%까지 치솟았습니다. 회사채 상환 만기가 다가오면서 리파이낸싱을 해야 하는 기업들은 높아진 새 금리를 감수해야 합니다. 기업들이 단기차입금을 늘리거나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등 리파이낸싱 부담을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들을 수행했지만 점점 한계가 옵니다. 영업실적이 개선되지 않아 워낙 부채가 높은 기업들은 상당한 부침을 겪고 있습니다.
3분기말 기준 국내 상장사 중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효성화학이었습니다. 3474.7%로 연초에 비해서도 842.89%포인트나 증가했습니다. 올들어 발행한 사모와 공모 채무증권은 평균 6%대 이자율을 보였습니다. 3분기 이후에도 1년내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는 1200억원이 남았습니다. 2년내 상환 잔액은 3410억원입니다. 회사는 연중 2970억원의 채무증권을 발행해 리파이낸싱했습니다. 그 속에 이자율 8%대인 신종자본증권도 섞였습니다. 지난해 동기간 2600억원 채무증권을 발행했을 때 평균 이자율은 4%대였습니다. 3분기 이자비용은 365억여원으로 이자수익 55억원을 훌쩍 넘었습니다. 이자비용은 전년 동기에 비해서도 182.9% 증가했습니다. 이에 금융수익을 제외한 순금융비용이 318억여원 발생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누적 적자가 길어진 LG디스플레이도 부채비율이 급증세를 보였습니다. 3분기말 322.24%로 연초보다 106.97%포인트 증가폭을 보였습니다. 효성화학과 LG디스플레이는 영업손실이 지속되면서 신용등급도 하락했는데 고금리에 더해 리파이낸싱 부담을 키웠습니다.
채권단관리 중인 아시아나항공은 부채비율이 2121.53%로 연초에 비해선 341.36%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영구채 지원을 받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으로의 인수작업이 지연되면서 부도위험이 상존하고 있습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어렵게 지탱하는 구도로 국가적 부채 문제가 연결됩니다.
항공업계는 코로나 이후 여객수요가 급감했던 여파로 부채비율도 공통적으로 높은 형편입니다. 티웨이항공도 3분기말 818.33%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이 회사는 영업흑자를 보기 시작하면서 자기자본이 늘어나 부채비율이 감소추세입니다. 연초에 비해선 836.63%포인트나 줄었습니다.
제주항공은 같은기간 30.44%포인트 증가해 473.02%를 기록했습니다. 작년 3분기말 1913.17%까지 솟았던 부채비율이 그나마 감소한 수치입니다. 이 회사도 흑자전환한 데다 작년 말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본을 늘린 효과가 컸습니다. 올해도 2020년 11월에 2.64% 이자율로 발행했던 300억원 회사채 만기가 다가왔었는데 AK홀딩스 등에 대한 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습니다. 자본시장에선 이처럼 높은 이자율을 피하기 위한 기업들의 유상증자가 잇따르면서 투자자들의 피로감도 높아진 형국입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