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현대차(005380)그룹이 올해 역대급 실적을 질주하면서 연말 인사에서 변화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의선 회장 체제가 4년차를 맞는 만큼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 추진해 온 사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해 나갈 리더 발탁이 점쳐지는데요. 그러면서 자율주행,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등 미래모빌리티 부문에서는 대규모 승진 인사를 통해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지난 13일 울산 EV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정의선 회장이 기념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현대차그룹)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다음달 중순께 부사장 이하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입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다음달 20일 전후가 유력합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현대차그룹은 연말 인사에서 큰 변화보다 '안정 속 쇄신'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현대차·기아의 올해 합산 영업이익은 3분기 만에 2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연간 20조원을 넘은 것은 처음입니다. 아직 4분기가 남아 있어 올해 현대차그룹은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됩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7일 사장단 인사에서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 등 계열사 두 곳의 사장만 교체했습니다. 조직을 크게 흔들지 않고 수장 교체가 꼭 필요한 계열사에서 인사를 단행한 것인데요. 이는 경영 불확실성과 미래사업 준비 필요성이 동시에 커지고 있어서입니다.
특히 이번 사장단 인사에 포함되지 않은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현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룹니다.
현재 현대차를 이끄는 사장단은 장재훈 사장을 비롯해 호세 무뇨스 글로벌담당(이상 사내이사), 김걸 기획조정실장, 신재원 AAM본부장, 루크 동커볼케 최고창의력책임자(CCO), 김용화 최고기술책임자, 송창현 SDV본부장 등 7명입니다.
이중 장 사장은 내년 3월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됩니다. 2020년 말 사장으로 승진한 장 사장은 정 회장과 사실상 투톱체제로 현대차를 진두지휘해왔습니다. 사장 승진 이후 현대차의 글로벌 점유율과 수익성이 큰 폭으로 증가한 점을 고려할 때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7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과 현대차 장재훈 사장(왼쪽)이 아이오닉 5 N 월드프리미어가 열리는 영국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현대차그룹)
정 회장, 장 사장과 함께 3인 대표이사 주 한명인 이동석 국내생산담당 부사장도 내년 3월 임기가 끝납니다. 이 부사장은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 등 노사 교섭의 사측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올해 파업 위기에도 5년 연속 무분규를 달성하며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노조 리스크를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현대차 노조 지부장이 바뀔 수 있고 아직 정년연장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해 이 부사장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 대표이사·사장단 인사로는 예년 보다 빠른 데다 현대차그룹이 수시 인사를 지향하는 만큼 완전히 마무리됐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현대차그룹 양재동 사옥.(사진=현대차그룹)
임원 인사의 경우 전기차·PBV·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그룹의 신사업을 담당하는 임원들이 상대적으로 약진할 전망입니다. 지난해처럼 40대를 대거 발탁함으로써 미래 준비를 위한 성과 중심의 인사 기조를 이어갈 전망인데요.
정 회장이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량(SDV) 회사로 체제전환을 예고한 만큼 새 인물 등용도 예상됩니다. 지난해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부문에서 전체 승진 인사의 70%를 전동화 및 SDV전환과 연계한 인사로 채운바 있습니다.
아울러 현재 호세 무뇨스 사장이 이끌고 있는 북미권역본부에서도 상당한 규모의 승진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북미 성장세가 견조한 가운데 내년 말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에 완공되는 만큼 북미권역에서의 성장을 이어갈 인재가 전진 배치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지난달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단행된 글로벌디자인본부에서도 승진 인사가 있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앞서 현대차·기아는 브랜드별로 분리돼 있던 디자인센터를 본부급인 '글로벌디자인본부'로 승격시키고 현대제네시스글로벌디자인담당과 기아글로벌디자인담당 등 2개의 담당 조직을 신설했습니다.
현대차·기아·제네시스가 브랜드별 디자인 정체성 강화에 힘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기아 글로벌디자인본부 사장을 중심으로 글로벌디자인본부의 사내 위상은 갈수록 높아질 전망입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다음달 정기 임원 인사 등을 통해 그룹의 미래 사업 전환에 필요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리더 육성 및 발탁 등 과감한 인사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