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정부가 인증하고 있는 전기차 주행거리가 부처 간 다르게 나타나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실제 주행거리와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요.
소비자가 전기차 구매를 결정할 때 주행거리는 가장 큰 고려 사항입니다. 또 이를 기반으로 보조금도 책정됩니다. 정확한 주행거리 정보는 소비자의 합리적 결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입니다. 겨울철 저온 주행거리도 중요한 정보지만 환경부만 이를 공표하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의 전기차 인증 체계가 일원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기차·내연기관차 효율등급 표시라벨.(사진=산업부)
22일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기아(000270) EV9 2WD 19인치 1회충전주행거리는 508km입니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공단 인증 주행거리는 501km입니다. EV6 스탠다드 4WD 19인치 역시 환경부 기준 362km지만 산업부 기준 351km입니다.
현대차(005380) 아이오닉 5 N의 경우 환경부 기준 364km지만 산업부 기준 351km로 10km 이상 차이가 납니다.
국내 완성차는 물론 수입 전기차 대부분이 환경부 기준 보다 산업부 기준 주행거리가 짧게 나타났습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해당 전기차의 정확한 주행거리가 어떤 것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는데요.
현재 우리나라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에서 전기차 주행거리를 인증합니다. 환경부가 직접 측정하지 않고 환경부가 설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시설을 갖춘 곳에서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진행합니다. 그 결과값을 환경부가 검토해 인증하는 방식이죠.
국내 및 수입 자동차 제조사들은 환경부가 인증한 에너지효율(전비), 주행거리 결과를 에너지공단에 90일 이내 신고해야 합니다. 에너지공단 승인이 나야 전기차에 에너지소비효율 스티커를 표기할 수 있습니다.
이 신고 과정에서 제조사들은 환경부 결과값 보다 낮게 신고합니다. 실제 '자동차의 에너지소비효율, 온실가스 배출량 및 연료소비율 시험방법 등에 관한 고시' 제10조에 따르면 자동차 제작(수입)업체는 에너지소비효율, 연료소비율 및 전기를 사용하는 자동차의 1회충전 주행거리에 대해서는 시험기관 또는 자체측정시험결과보다 낮게 신고·보고·제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산업부에 신고된 결과값을 가지고 국토교통부는 연비 사후관리를 진행해 오차(허용 범위 5%) 여부를 확인합니다. 차이가 크면 과태료를 부과합니다. 이렇다 보니 제작사들이 보수적으로 신고해 환경부 측정 결과와 다르게 나타는 것입니다.
결국 환경부는 전기차 보조금 산정, 산업부는 에너지소비효율(주행거리, 연비 등), 국토부는 사후관리를 담당하는 것이죠.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제조사들은 산업부 인증 기준으로 주행거리를 홍보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현실적인 주행거리 신고를 할 수 있고 과도한 주행거리 표기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대차 코나 전기차가 충전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하지만 전기차 주행거리 표기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소비자들은 주행거리 표기에 대한 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수입차업체들은 전기차 출시 자료에 유럽 WLTP 기준을 명시하기도 합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환경부가 인증 절차가 까다롭고 보조금 책정까지 하기 때문에 환경부 기준이 제일 정확하다"면서도 "소비자가 혼동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정확이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온 주행거리도 소비자들은 알기가 어렵습니다. 겨울철 기온이 떨어지면 전기차 배터리 성능도 떨어져 주행거리가 감소하는데요. 그만큼 저온 주행거리는 전기차의 핵심 정보 입니다.
환경부만 저온 주행거리를 고지하는데 보조금을 받지 않는 전기차는 빠져있습니다. 제조사가 보조금 지급 대상이 아닌 전기차에 저온 주행거리 성능을 요구하는 환경부 인증을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고가의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는 해당 정보를 직접 확인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현재 국내 전기차 물량과 모델이 별로 없지만 앞으로 늘어나는 만큼 좀 더 표준화된 인증 체계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