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ELS가 주식보다 더 위험한데, 권유한다고?
입력 : 2023-11-28 오후 5:51:11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 차트.(사진=인베스팅)
 
최근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원금손실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ELS는 금융파생상품의 하나로 특정 주식의 가격이나 지수의 수치에 연계된 매우 위험성이 높은 증권인데, 은행과 증권사에서 원금이 거의 보장되는 상품이라며 적극 권유했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선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정확한 이해없이 상품에 투자하도록 유도했단 지적이 나오고 있죠.
 
ELS는 위아래 변동성이 잦은 시장 즉 박스권에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입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주가가 향후 2년 동안 -50% 이상 하락하지만 않는다면, 투자원금과 연 10%(10%×2년, 총 20%)의 수익을 지급하는 것이죠. 삼성전자 주식을 직접 투자했을 경우와 비교해보면 2년 후 주가가 -20% 하락하였다면 투자손실은 고스란히 -20%입니다. 하지만 ELS의 경우 -50% 이상 하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금과 수익 20%를 얻는 것입니다. 즉 2년 동안 주가가 -50% 이상 하락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를 맞춰야 합니다. 
 
이번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의 경우 지난 2021년 1~2월부터 쭉 하락해 거의 반토막이 돼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 몇 달 새 만기가 돌아온 ELS 상품들은 45%가 넘는 원금 손실이 확정됐죠. 내년 상반기엔 5대 은행에서만 8조4000억원 규모의 ELS 만기가 도래하는데, H지수가 반등하지 않으면 3조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합니다. 이후 만기가 되는 상품과 증권사 판매분을 감안하면 손실은 더 불어날 수 있죠. 
 
ELS가 주식보다 더 위험하단 평가가 나오는데요. 주식의 경우 기본지식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신용도 높은 우량주에 장기투자하면 하락하더라도 원금 회복을 할 수 있습니다. 반면 ELS 같은 파생상품은 손실조건이 복잡하고 그 조건이 달성될 경우 원금을 크게 잃을 수 있죠. 계약기간이 딱 명시돼 있어 장기투자를 통한 손실만회 기회조차 없습니다. 
 
특정 종목형 ELS는 증권사에서 우량종목을 골라주기도 하지만, 담당 직원이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주식을 잘 모르는 초보자에게 일부 또는 전체종목 선택은 물론 환매 시기까지 몽땅 떠밀어버리는 사례들도 많다고 합니다. 게다가 종목형은 지수형에 비해 1~2개 종목 급등락에 수익률이 좌우되기 때문에 위험성도 높고 도박성이 더욱 강한 것이죠.
 
더구나 환매당일 갑작스런 호재나 악재로 큰 주가변동이 와도 환매시기를 바꿀 수 없어 대형 손실을 입는 ELS가 대다수라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주식을 보유한 개인투자자의 경우에는 그냥 환매를 늦추면 끝이지만 계약기간이나 하락률이 정해진 ELS는 그런 것이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일시적인 호재나 악재로 5~8% 가량 급등락하는 경우 초보자들은 원금 손실의 공포심에 휩싸여 마구 처분해 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더욱 성가신 일은 환매시기가 1~3일 후인 경우가 대다수인데 그 기간에 다시 주가가 회복되거나 치고 올라가서 환매를 중단하려 해도 불가능한 경우도있죠.
 
ELS는 100% 손실까지 각오해야 하는 고위험 상품인 만큼 금융사의 경쟁적인 ELS 판매가 적절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이미 "은행에서 원금 손실은 없을 거라고 해서 투자했다"는 항의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ELS를 팔 때는 판매 과정을 녹취하고 자필 설명 등을 받아야 하지만 이를 지켰다고 금융사가 할 일을 다 한 건 아닙니다. ELS 투자자 상당수가 고령자인 만큼 상품 구조와 위험을 요식적으로 설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은행들이 H지수가 하락할 때도 꾸준히 ELS 상품을 팔았다는 점에서 수수료를 챙기려고 시장 상황을 외면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습니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에 이어 또 대규모 원금 손실이 임박하면서 금융권의 신뢰가 또한번 흔들리게됐는데요. 연이어 터져나오는 금융권의 논란. 내년 총선이 다가오는 가운데 당국과 정부가 금융권에 어떤 제재를 내릴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신대성 기자
SNS 계정 : 메일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