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소희 기자] 고금리·지정학적 불확실성 증가로 국내 기업들의 투자 여건이 악화한 모습입니다. 10대 제조업 주요 기업들의 3분기 누적 투자 금액은 약 66조원에 불과해 연초 정부가 제시한 100조원 투자 달성 여부는 미지수인 상황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30일 '10대 제조업 100조원 투자설비 계획'을 점검한 결과, 올해 3분기 기준 약 66% 이행에 머무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정부는 앞서 2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통해 '제조업 업종별 수출·투자 지원 방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당시 올해 자동차, 배터리, 조선, 디스플레이 등 수출 확대가 예상되며 국내 민간 기업들이 10대 제조업종에서 100조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3분기까지의 누적 실적(약 66조원)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단순히 계산했을 때 1분기당 22조원씩 투자에 그친 셈입니다. 현 추이대로 4분기 22조원 투자를 가정할 경우 올해 목표했던 100조원 달성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30일 '10대 제조업 100조원 투자설비 계획'을 점검한 결과, 올해 3분기 기준 약 66% 이행에 머무른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반도체 제조공장 내부 모습 모습. (사진=뉴시스)
산업부도 당초 목표했던 100조원 규모의 설비투자 이행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최근 글로벌 시장 침체, 고금리, 불확실성 증가 등으로 투자 여건이 약화됐기 때문입니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올해 설비투자 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1분기 94, 2분기 98, 3분기 96으로 기준치인 100을 넘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4분기 전망 BSI도 98로 조사됐습니다. 1~3분기 BSI 지수는 100을 하회한 데에 이어 4분기에도 기준치인 100을 넘지 못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민성환 산업연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 민간 기업들도 투자에 대해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며 "물가도 안정적이지 않은 데다 고금리 상황, 지정학 불확실성까지 따르면서 민간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좋을 순 없는 상황이었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4분기에 대한 조사도 결과가 나와봐야 아는 거겠지만, 아직까지는 불확실성이 여전해 크게 개선될 여지는 없는 것 같다"며 "투자 활성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뚜렷한 촉매제가 없어 내년 상반기까지는 조금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올 한해뿐만 아니라 내년 상반기 투자 전망도 어둡습니다. 산업부도 이날 '10대 제조업 주요 기업 투자 간담회'를 여는 등 올해 설비투자 동향에 대한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산업부 장관 주재로 '산업투자전략회의'를 신설하는 등 매 분기 기업의 투자 애로를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투자 활성화 방안을 민·관이 함께 모색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우리 경제의 회복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선점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자가 중요하다”면며 “민·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내년에도 차질 없이 실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30일 '10대 제조업 100조원 투자설비 계획'을 점검한 결과, 올해 3분기 기준 약 66% 이행에 머무른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산업부와 10대 제조업 주요 기업 투자간담회 모습.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세종=김소희 기자 shk329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