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 실직자인 50대 A씨는 생활비와 어머니 병원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여러 금융기관의 다중채무로 지급불능 상태에 빠졌는데요. 기초수급자이기도 한 A씨는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취약채무자 신속면책제도를 통해 개인파산을 접수했습니다. A씨는 파산관재인 선임절차 없이 파산 신청 36일만에 면책 결정을 받게 됐습니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지난해 11월부터 취약계층에 대한 신속면책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개인 파산대상자는 파산 선고 즉시 파산 절차를 끝내고 면책받도록 하는 제도인데요. 통상 7개월 이상 소요된 파산 절차를 2~3개월로 줄이고 변호사 선임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제도 활성화를 위해서는 파산결정 최종권자인 법원의 참여가 필수적이지만 참여도가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취약계층의 생활 안정과 신속한 경제적 재기를 위한 취약 채무자 신속 면책제도를 시행하는 법원이 전국 15곳 중 7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속면책제도는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취약계층 가운데 소득 발생 가능성이 적고 보유 재산이 적거나 없는 기초생활수급자, 70세 이상 고령자 등에 대해 파산선고와 동시에 면책해주는 제도입니다.
파산관재인 선임 없이 파산 선고와 동시에 폐지와 면책을 결정하는 것이 핵심인데요. 해당 제도를 이용하면 파산 절차가 4단계로 줄어들면서 7개월 이상 걸렸던 기간이 평균 52일로 5개월 이상 축되고 50만원 가량의 파산관재인 선임 비용도 아낄 수 있습니다. 또 일반 사건 대비 제출 서류도 간소화됩니다.
신복위가 취약계층의 생활 안정과 신속한 경제적 재기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신복위에 따르면 전국 법원 개인 파산 사건 면책 결정까지 평균 339일 소요되었던 기간을 평균 52일로 감축했습니다.
문제는 법원의 참여가 미온적이라는 점입니다. 전국 15개 법원 가운데 서울회생법원과 인천지방법원, 수원회생법원, 춘천지방법원, 강릉지방법원, 부산회생법원, 제주지방법원 등 7곳만이 신복위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파산 절차는 채무자가 파산이나 면책을 신청 후 파산이 선고되고 나면 파산관재인이 선임돼 채권자 의견을 듣고 채무자 재산 관리 및 조사를 한 후 법원이 빚을 탕금해주는 것이 타당한지 따져 면책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요.
신속면책제도는 파산관재인 선임없이 신복위가 채무자의 빚과 소득, 재산 등을 조사한 뒤 법원이 채권자 이의가 없으면 파산 선고와 동시에 폐지 및 면책 결정을 할 수 있는겁니다. 만약 채권자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일반 절차와 마찬가지로 파산관재인을 선임해 이의 사유 등을 다시 조사받을 수도 있습니다.
파산절차에 필요한 일부 기능을 신복위에 넘겨주는 것을 탐탁치 않아 한다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신복위와 신속명책제도 협약을 맺게 되면 파산관재인 선임, 즉 변호사 선임 과정이 생략되는데요. 변호사 등 법조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보니 업무 협약에 소극적이라는 겁니다.
신복위 관계자는 "불가피하게 법적 제도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취약계층에게는 변호사 선임비용 50만원도 적은 돈이 아니라 사채시장에서 빌려써야 한다"며 "파산관재임 선임 비용을 없애주고 하루 빨리 절차를 진행해서 추심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제도가 활성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취약계층의 생활 안정과 신속한 경제적 재기를 위한 취약 채무자 신속 면책제도를 시행하는 법원이 7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