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바고에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로 일하면서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증권 분야를 출입하며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의 보도자료에서 항상 볼 수 있는 문장이죠. 엠바고를 유의하라는 말은 쉽게 말해 "해당 자료가 세상에 공개되는 시점이 정해져 있으니 모두들 그 시점에 공개해 주십쇼"란 뜻입니다.
특이하게도 엠바고(embargo)는 스페인어 엠바르가르(embargar)에서 유래된 단어입니다. 한 나라가 상대국 항구에 상업선 입항 및 출항 금지, 화물 적체금지 등을 일컫는 선박 용어죠. 언론계에선 2차 세계대전 당시부터 보도 시점을 정하는 관행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국내에선 1960년대 군사정권 당시에 처음 사용된 용어라고 합니다.
매번 헷갈리는 엠바고는 00일 조간, 00일 석간입니다. 신문은 아침에 나오는 조간 신문과 저녁에 나오는 석간 신문으로 나뉩니다. 예를 들어 16일 조간 엠바고이면 16일 아침 신문에 기사로 실려도 되고 온라인에선 전날인 15일 12시, 즉 정오에 보도 가능합니다. 16일 석간의 경우 16일 저녁 신문에 기사로 실리며 16일 06시에 온라인 보도가 가능하죠.
항상 보더라도 항상 헷갈리기도 합니다. 엠바고를 어긴다면 출입처로부터 불이익을 얻을 수도 있는데요. 특히 증권 이슈의 경우 주식 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더욱 주의를 요합니다. 시장에 호재로 인식되는 기사가 엠바고를 파기한 채 먼저 세상에 공개되면 장중 상한가를 찍는 종목이 수두룩 할 수도 있죠.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치고 마우스로 클릭 몇번 했을 뿐인데 수억원대의 돈의 향방이 갈릴 수 있다는 겁니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엠바고를 재차 확인해도 늘 불안합니다. '엎질러진 물'이 돼버리면 수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감에 쫓겨서, 써야할 기사가 많아서 엠바고를 잊고 지나가는 실수를 저질 수도 있지만 있어서는 안될 현실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입니다. '익숙함에 속지 말자. 늘상 엠바고를 마주치지만 익숙하다고 넘기면 안된다'. 다행히도 뉴스북에는 엠바고가 없습니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