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국내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의 매도물량이 지난달부터 이어지고 있는데요. 올해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연내 개정이 불투명해진 영향으로 보입니다. 기획재정부측에선 시행령 개정은 대통령실과 협의 중이라며 확답을 피했습니다. 다만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양도세 관련 질문에 "부자감세라는 용어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완화 기대감도 만만치 않습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초(11월1일)부터 이날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시장에서 9조5253억원 어치 주식을 팔아치웠습니다. 같은기간 코스닥시장에서도 4112억원 순매도했습니다.
특히 양도세 이슈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은 순매도 규모를 늘렸습니다. 지난 12일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양도세 기준 완화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발언하면서 지난 12~15일 개인은 코스피시장에서 3조1858억원어치를 팔아치웠습니다. 다만 대통령실측에서 양도세 완화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주말 이후인 18일은 1412억원 가량 순매수했고, 19일에는 305억원 가량 사들였습니다.
주식 양도세 완화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기존 10억원에서 20~50억원까지 상향 조정하는 것인데요. 개정이 이뤄지면 대주주 기준을 회피하기 위해 '큰 손' 들이 주식 매도 폭탄을 쏟아내 증시가 흔들리는 문제가 해결될 수 있습니다. 시장 불확실성 해소로 인한 일반 투자자들의 매도물량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면서 투자심리도 개선될 수 있죠.
하지만 이미 여당과 야당이 대주주 기준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던 만큼 민주당이 '부자감세'와 '세수감소' 우려를 이유로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올해 주식시장이 오는 28일에 폐장되는 만큼, 2거래일 전인 26일에는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돼야 완화된 양도세 기준이 적용되는데요. 대통령령인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사항을 통해 대주주 과세를 변경할 수 있는 국무회의는 오는 19일, 26일이므로 이날을 넘기면 연내 개정 가능성이 사실상 불투명하게 됩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요건 완화는 연내 통과가 힘들 것이라는 컨센서스(의견 합의)가 형성된 만큼 이를 피하기 위한 매물 출회는 불가피하다"며 "연말 증시 전반에 걸쳐서 수급상 단기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만큼 양도세 기준 완화만큼은 이뤄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대주주 과세는 대통령령인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사항으로, 이론적으로는 야당 동의 없이도 정부가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의결 등 절차를 거치면 시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대감도 있습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라 (양도세 완화는)지켜야한다"면서 "겨우 10억원 수준의 주주를 대주주로 만드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고 국제적으로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다음 문제는 내년 금융투자소득세인데 시행되면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에겐 거두지 못하는 세금을 개인에게만 부과하는 독박과세"라고 지적했습니다.
기획재정부측에선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진 않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양도세 상향 조정을 검토중인 단계라서 언제 발표할지는 아직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측에서 상향 조정방안을 20일 발표한다고 하지만 결국 시행령 개정은 기재부에서 해야될 상황이기 떄문에 대통령실과 상호 협의해야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부터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진행 중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과도한 부자감세와 관련해 상위 0.05% 주식부자들과 고액자산가들을 위한 대주주 기준 완화,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주식 양도소득세와 상속세까지 줄여 세수 펑크가 우려 된다"는 양경숙 민주당 의원 지적에 최상목 후보자는 "부자감세라는 용어에 동의할 수 없다. 올해 세수부족 사태는 세제를 바꿔서 나온 효과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다만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해선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정부는 주식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 상향 방안을 오는 20일 발표할 전망입니다.
여의도 증권가.(사진=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