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아시아나항공(020560) 자회사 에어서울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경영 기치로 내세운 ‘안전’에 있어서는 투자가 ‘제로’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회사 내부에서는 조진만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이 채권단 아래 놓였다는 이유로 안전 유지에 필요한 충분한 인력과 항공기 엔진 부품 등에 투자를 하지 않고 있어 결항이나 회항 등 기체 결함이 언제 발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14일 국토교통부가 국내 항공사별 항공안전투자 수준을 조사한 공시를 보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에어서울이 안전·시스템분야에 투자한 금액은 비행 시 안전을 책임지는 운항승무원(기장·부기장) 1인당 500만원으로
대한항공(003490)(1600만원)의 31% 수준에 그쳤습니다.
같은 LCC인
진에어(272450)(1440만원),
제주항공(089590)(950만원),
에어부산(298690)(980만원)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항공안전투자에는 항공기 엔진·부품 구매비, 비행 자료 분석 시스템(FOQA), 항공안전 전산관리시스템, 항공기 교체비 등이 포함되는데, 에어서울은 항공기 예비 엔진 부품이 없어 항공편을 결항시키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지난 7월 15일 에어서울은 엔진 문제로 엔진 자체를 교체해야하는 상황이었지만 예비 엔진이 없어 엔진을 확보하는 5일 동안 김포~제주 노선 항공편 15편을 결항시켰습니다. 해당 항공기(A321) 엔진은 미국 엔진 제작사인 프랫앤휘트니(PW)와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 등이 합작해 만든 인터내셔널 에어로엔진(IAE) V시리즈인데, 공수까지 5일이 걸렸습니다.
회사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에어서울은 FOQA가 없다”면서 “정비 제도가 잘 갖춰진 대한항공의 경우 최소장비목록(MEL)이 하나도 없지만 에어서울은 항공기 한 대당 MEL을 많게는 4개씩 달고 다닌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MEL(Minimum Equipment List)은 항공기에 이상이 생겨도 이륙이 가능한 최소한장비 목록입니다. 항공기는 정해진 조건하에 특정 장비부품이 작동하지 않는 상태여도 장기 기능을 이중 또는 삼중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 있어, 이와 관련 부품 중 하나가 고장나더라도 일정기간 정비이월을 통해 비행이 가능합니다. FOQA는 비행에서 발생하는 자료들을 분석하는 시스템으로 이 작업을 통해 모든 비행 자료들을 분석할 수 있어 운항 전체의 경향성을 분석해 안전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공시에 따르면 에어서울은 올해 안전에 490억원 투자 계획을 밝혔는데 실제 479억원이 쓰였고, 내년 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24.3% 감소한 371억원입니다.
회사 내부에서는 경영진이 안전에만 투자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임금체불 피해자 발생에 따른 무조치, MZ세대들의 줄퇴사 방관으로 근무환경이 점차 열악해지고 이것이 회사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익명을 희망한 회사 관계자는 “일반직에서 회사의 허리격인 과·차장급이 경쟁사로 이직하면서 정상적 업무수행이 불가하다. 그리고 회사가 코로나 기간 근로계약서에 작성된 임금을 지불하지 않아, 임금체불 피해자가 발생해 노조에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사람인에 나온 에어서울의 작년 입·퇴사자 기준으로 평균을 내봤더니 지난해 입사율은 94.9%, 퇴사율은 57.6%로 나타났습니다. 사실상 직원이 들어오자마자 절반이 퇴사하는 악순환 구조인 셈입니다.
에어서울 운항승무원들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력과 시스템, 장비 등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사실상 주채권단이자 자금줄을 쥐고 있는 산업은행이 경영에 참여하면서 연봉인상과 신규 채용이 가로막히는 삼중구조 악화일로로, 안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고 진단했습니다.
에어서울 기장은 “바람이 많이 불거나 눈이 내리는 날 등 날씨 이변에 대한 이·착륙 연습하는 리마인드 안전 교육 투자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조종사, 객실승무원 등 여러 직군에서 이직을 준비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기장은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이 사람, 안전, 조직관리는 하지 않고 실적 경영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면서 “잇따른 퇴사에 따른 업무 과중으로 근무환경이 날로 악화하고 이것이 결국 승객 서비스, 안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에어서울 홍보팀 관계자는 “임금 체불되고 있는 부분은 따로 없다”고 했습니다.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오쇠동에 위치한 모회사 아시아나항공 본사 앞에서 에어서울 운항승무원이 임금체불 관련 푯말을 들고 있다. (사진=에어서울 노조)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