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일단 무조건 사람은 보이는 것에서부터 판단이 들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외모는 자신만의 강점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가장 큰 약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 이진욱은 굉장한 강점을 지니고 있으면서 반대로 엄청난 약점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할 수 있겠습니다. 우선 그의 외모, 오죽하면 2015년 개봉한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서 그는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바뀌는 사람의 인생 가운데 가장 잘생긴 남자로 그가 등장했겠습니까. 아직도 그의 등장에 스크린 밖 여성 관객들이 자신도 모르게 내 뱉은 탄성은 국내 상업 영화 시장에서 전설의 입소문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외모는 최고의 강점이면서도 반대로 엄청난 약점이란 것입니다. 그럼 약점을 뭘까. 그와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눠볼 기회가 일반인들에겐 얼마나 될까 싶습니다. 그런데 그와 만나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다는 걸 전제로 말을 한다면, 그가 도대체 왜 코미디 영화에 출연을 하지 않고 있는지 정말 이유를 모를 정도로 유쾌하고 또 유머스럽단 것입니다. 그의 이런 밝은 성격과 재미있는 성향은 ‘실제 고향 절친’들 조차 한동안 적응하기 힘들게 했었답니다. 작품 속에서 멋지고 과묵한 모습의 캐릭터만 도 맡아 오던 그의 모습에 ‘고향 절친’들이 난색을 표하며 한동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단 걸 얘기해 주는 이진욱의 모습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이 배우의 매력을 웬만하면 어느 누구도 모르겠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외모와 성격 그리고 그 경계에 있는 이 배우의 아우라. 도대체 뭐가 단점이고 뭐가 장점인지는 사실 얘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헷갈릴 정도였지만 확실한 건 하나였습니다. 이래서 속을 알 수 없는 인물,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2 속 ‘편상욱’이 그의 몫이었단 걸 말입니다.
배우 이진욱. 사진=넷플릭스
이진욱에게 가장 먼저 물어 본 것은 ‘스위트홈 시즌2’에 대한 대중들의 아쉬운 반응입니다. 시즌1이 무려 3년 전에 공개가 됐고, 시즌1 공개 당시 글로벌 신드롬에 가까운 폭발적인 흥행세를 일궈낸 바 있습니다. 극중 그가 맡은 ‘편상욱’이란 인물, 그는 등장 인물들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삶에 대한 욕망 또는 개인적인 욕심이나 바람이 없는 껍데기 같은 인물로 표현됐습니다. 그래서 의외로 이 세계관에서 가장 멋스럽고 그래서 가장 인기가 높았습니다. 그런 이진욱에게 시즌2의 혹평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호불호가 있단 건 알고 있죠. 저는 재미있게 봤고, 제 주변에선 다들 좋은 얘기만 해주셔서(웃음). 기사나 온라인 관람평을 봤는데, 편상욱의 분량이 많이 없어 아쉽다는 얘기가 많더라고요. 우선 제가 다 죄송하고요 하하하. 근데 그게 다 계산이 된 것이라. 다시 등장했을 때의 임팩트를 위한 것이라 생각해 주신다면 좋을 듯해요. 솔직히 제일 아쉬운 건 저죠(웃음). 오죽하면 ‘감독님 더 나오면 안되나요’라고 농담도 했어요. 시즌3를 보시면 왜 시즌2가 이랬는지 다 해소가 되실 겁니다.”
배우 이진욱. 사진=넷플릭스
이진욱이 연기한 편상욱, 그는 시즌1 마지막화에서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런데 시즌2에서 그가 다시 되살아 납니다. 이진욱은 ‘스위트홈 세계관에서 안되는 건 없다’고 전하며 웃었지만 꽤 놀라웠습니다. 그런데 다시 등장한 편상욱이 편상욱이 아니었습니다. 시즌1에서 잠시 등장했던 배우 김성철이 연기했던 ‘정의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의명이 또 정의명이 아니기도 합니다. 뒤에선 그가 새로운 인물로 변화를 맞이합니다. 놀랍고 충격적인 설정의 연속이었습니다.
“처음 대본 받고 저도 놀랐고 충격이었어요. ‘이게 이렇게 간다고?’라고 소름이 돋았었으니까요. 시즌1 마지막에서 편상욱은 죽었어요. 그런데 이 세계관에서 안되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 하하하. 정의명이 편상욱의 몸 속에 들어와서 ‘편상욱이 편상욱이 아닌게’ 된 거죠. 그런데 나중에는 더 놀라운 인물로 편상욱이 또 변해요. 하하하. 아직 안보신 분들이 계셔서 공개하긴 그렇지만. 너무 복잡하게 변해가고 또 극적인 캐릭터로 ‘편상욱’이 변해가서 고민이 되기도 했는데, 반대로 이런 복잡한 설정이 배우들에겐 오히려 접근하기 쉽기도 해요. 방향성이 딱 정해져 있으니.”
배우 이진욱. 사진=넷플릭스
이렇게 시즌1에서 이른바 무뚝뚝하지만 ‘착한’ 캐릭터로 등장한 이진욱의 ‘편상욱’이 시즌2에선 전혀 다른 내면을 갖고 있는 ‘편상욱’이 됩니다. 그래서인지 시즌1과 달리 시즌2에선 전혀 다른 연기톤과 모습을 보여줘야 했습니다. 우선은 ‘정의명’이 돼야 했습니다. 시즌2에선 등장하지 않는 시즌1의 ‘정의명’을 연기한 김성철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답니다. 자신이 연기한 편상욱과 속내가 전혀 다른 편상욱의 간극을 최대한 벌려 보기로 했습니다.
“시즌1과 시즌2 모두 ‘편상욱’을 연기하는 이진욱이잖아요. 너무 작위적으로 변화를 주면 좋지 못한 반응이 나올 것 같았죠. 일단 생각이 바뀌면 행동과 눈빛이 바뀔 것이라 봤어요. 그런 지점에 포인트를 줬죠. 그리고 시즌1에서 ‘정의명’을 연기한 김성철의 도움도 받았어요. 대본을 읽어 보내 달라고 했어요. 본인도 바쁜데 흔쾌히 도움을 줬죠. 김성철이 보내 준 녹음본을 통해 말투를 많이 신경 써봤죠. 그리고 얼굴의 좌우를 많이 비교하면서 촬영했어요. 실제로 얼굴의 오른쪽이 이성적, 왼쪽이 감성적이라고 하더라고요. 할리우드에서 실제로 촬영하는 기법이기도 해요.”
'스위트홈 시즌2' 스틸, 사진=넷플릭스
시즌2 초반 이진욱을 긴장하게 만드는 장면, 바로 전라 노출이었습니다. 노출을 위한 노출이라기 보단 기이하고 폭력적인 장면에서의 노출이었기에 기존의 전라 노출이 갖는 의미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또한 배우들이 전라 노출을 앞두고는 몸을 만들어 보여주는 것에 집중을 하는데, 이 장면에서 이진욱은 전혀 그러지 않았습니다. 보여주기 위한 노출이 절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 장면에 대해 오히려 쾌감까지 느꼈다고 웃었습니다.
“제가 신인도 아니고 몸을 쓰며 연기를 하는 직업이다 보니 노출이 거부감이 있진 않았어요. 날것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그 장면에선 나체가 맞다는 것에 동의를 했었죠. 일단 보여주기 위한 에로틱한 노출이 아닌 피가 튀는 고어 스타일의 노출이라 배우로서 연기적 쾌감은 높았어요. 연기나 캐릭터적으로도 만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카타르시스도 높았죠. 물론 기분 좋은 쾌감이나 카타르시스는 아닌데 촬영의 피곤함에서 오는 분노 정도가 해소되는 느낌은 있었어요(웃음).”
배우 이진욱. 사진=넷플릭스
시즌1과 달리 시즌2에서 이진욱이 연기한 ‘편상욱’은 송강이 연기한 ‘차현수’와 묘한 관계를 이뤄나가는 점을 볼 수 있습니다. ‘스위트홈 시즌2’를 먼저 감상한 뒤 온라인에 남겨진 감상평 중 일부에선 두 사람의 브로맨스 이상의 무엇을 해석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이진욱도 일정부분 동의를 했습니다. 그는 ‘우정도 사랑의 일부분’이라고 전하면서 편상욱과 차현수의 관계가 묘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정의명이 잠식한 편상욱의 시선에서 현수의 능력은 정말 눈에 띌 수 밖에 없었겠죠. 괴물들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무조건 현수가 필요했을 거에요. 그래서 집착을 했을 것이고. 둘의 관계? 우정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사실 우정도 사랑의 감정이란 얘기도 있잖아요. 어떤 성적으로 끌리는 게 아니지만 남자끼리의 우정도 사랑의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전 그래서 편상욱이 현수를 사랑했다고 봤어요. 생각이 나고 또 보고도 싶고. 같이 있고 싶기도 하고. 집착? 동경? 사랑? 다 비슷하다고 봤어요.”
배우 이진욱. 사진=넷플릭스
이진욱은 햇수로 지난 4년 간 ‘스위트홈’ 세계관 속에서 숨쉬고 살아왔습니다. 그는 여전히 ‘이진욱’이란 이름보다 ‘편상욱’이 더 익숙하다고 할 정도입니다. 이 시간 동안 시즌1과 시즌2 그리고 시즌2와 동시에 제작이 진행된 시즌3까지. 시즌3 이후 ‘스위트홈’ 세계관이 이어질지, 그에 대해선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공개되지 않은 시즌3까지. 이진욱에게 ‘스위트홈’은 이제 특별한 기억과 경험이 됐습니다.
“이 작품, 완벽하게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죠. 원래 저는 감독님께 김성철이 연기했던 ‘정의명’을 하고 싶다고 제안 드린 바 있어요. 출연 분량이 아니라 이 작품의 기획 자체가 너무 좋았거든요. 근데 감독님이 ‘편상욱’ 제안을 하셨어요. 원작만 보면 누가 봐도 ‘마동석 선배님’이 하셔야 되요. 저한테는 상상이 안되는 배역이었죠. 어떤 의미로 해석하든 저한테는 엄청난 도전이었어요. 시즌1이 너무 좋은 평가를 받았고, 시즌2가 좀 아쉬우셨다면 시즌3를 꼭 반드시 기대해 주세요. 실망 안 시킬 자신 있습니다(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