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정부가 양도세 완화 등 주가 부양 정책 드라이브를 거는 가운데 배당기준일을 3월 정기 주주총회 이후로 정한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의무는 아니지만 주주가 배당금을 보고 배당투자하도록 금융당국이 권고한데 따른 조치입니다. 내년 4월10일 총선을 앞두고 배당기준일이 몰리면서 배당투자를 배경으로 증시도 힘을 받을 전망입니다. 해당 기업들 입장에선 주총에 오를 배당 안건이 더욱 중요해져 주주행동주의가 번질 듯 보입니다. 또 의결권기준일과 배당기준일이 달라져 의결정족수 부족 문제 등 혼선도 예상됩니다.
26일 각사에 따르면 SK, 포스코퓨처엠, 포스코스틸리온, 포스코홀딩스, 한솔제지, SKC, 한솔케미칼, 현대제철, 두산밥캣, 기아, 현대비앤지스틸, 현대위아, 한솔테크닉스,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케이씨씨 등이 배당기준일을 변경한다고 최근 공시했습니다. 이들은 매 결산기말인 12월31일이 아닌 내년 초 이사회 결의로 배당기준일을 정할 계획입니다. 기준일은 이사회에서 정하는 날로 해, 정기주주총회 이전도 가능해 보이나 정부가 권장한 방침은 주총 이후입니다.
정부는 2월 주총소집 이사회 결의에서 배당일을 정하고 3월 주총에서 배당액을 확정한 뒤 4월초 배당기준일로 배당 주주를 확정하고 4월말 배당금을 지급한다는 예시도 들었습니다. 투자자들이 주총에서 정한 배당금을 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입니다. 또 자발적으로 정관 정비를 통해 배당절차를 개선한 상장회사에는 공시우수법인 선정 시 인센티브를 부여키로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4월초 배당일이 몰리면 총선 이전 주가도 상승 동력이 생깁니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배당투자는 배당기준일 3개월여 전부터 주식을 매수해 기준일 근처까지 보유하는 식”이라며 “배당금 수령이나 배당일 이전 시세차익 목적 등 다양한 매수 동기가 생긴다. 총선 이전 각종 테마주와 섞여 증시가 힘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존 주총은 배당기준일을 넘긴 후였지만 이들 사례는 배당 이전이라 배당금 안건이 중요해지는 만큼 배당 요구가 많은 주주행동주의도 거세질 수 있습니다. 한쪽에선 이미 삼성물산에 대한 씨티오브런던캐피탈, 팰리서캐피탈,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 등 헤지펀드의 주주제안이 이슈화 됐습니다. 삼성물산은 이번에 배당일을 변경하진 않았으나 헤지펀드로부터 배당확대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분기배당을 실시하는 삼성전자와 다르게 삼성물산은 결산배당 한번만 실시하는데 이또한 개선 요구가 있습니다. 나아가 정부는 분기배당을 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선 배당금 확정 후 배당일 선정 방침을 따르도록 선도할 계획입니다. 삼성카드와 삼성화재해상보험은 이번 배당일 변경에 동참해 삼성그룹 계열사로 확대될 움직임이 있습니다.
한편, 의결권 기준일과 배당 기준일이 달라지는 데 따른 혼선도 예상됩니다. 섀도보팅 폐지 후 비교적 규모가 작은 상장사들에게서 주총 안건 처리를 위한 의결정족수 부족 문제가 생겨났는데, 의결권 기준일에 배당유인이 사라지면 이런 문제가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