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데이브 더 다이버' (사진= 넥슨)
게임업계 지형도 변화…'3N2K' 체제 흔들
3N2K 중 대표주자인 넥슨은 올해도 압도적인 실적으로 시장을 견인했습니다. 올 3분기 누적 매출 3조742억원, 영업이익 1조1815억원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4%와 40% 오른 수치입니다. 4분기에도 호실적이 예상됨에 따라 국내 게임 업계 최초 연매출 4조원 달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입니다.
‘FC 온라인’,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스테디셀러의 흥행에 더해 올해 출시한 ‘데이브 더 다이버’, ‘프라시아 전기’ 등의 성과가 더해졌습니다. 특히 ‘데이브 더 다이버’는 2023년 게임대상에서 최우수상의 쾌거도 이뤘습니다. 하이브리드 해양 어드벤처 게임이라는 독특한 설정과 높은 완성도는 글로벌에서 큰 호응도 얻었습니다.
배틀그라운드 (사진=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라는 스테디셀러를 보유한 크래프톤도 게임업계 보릿고개 상황에서 선방한 모습입니다. 크래프톤은 3분기 누적 매출 1조3760억원, 영업익 603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각각 0.3%, 3.5% 줄었습니다. 다만, 배틀그라운드 이후 뚜렷한 기대작이 없다는 것은 크래프톤에게는 숙제인데요. 기대작 중 하나인 ‘다크앤다커 모바일’이 국내에서 송사에 휘말린 것도 변수로 남아있습니다.
반면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나머지 대형 게임사는 매출 하락과 신작 부재로 부진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TL(Throne and Liberty) (사진=엔씨)
먼저 엔씨소프트는 올해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는데요.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3421억원으로 전년 대비(2조238억원) 33.7% 줄었습니다. 누적 매출은 5115억원에서 올해 1334억원으로 74% 수직 하락했습니다. 주력 IP 였던 ‘리니지’ 시리즈가 고전한 영향이 컸습니다. 이에 리니지 시리즈 문법에 집중한 나머지 시장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탈리니지’를 꾀하고 있는 엔씨소프트는 신작 ‘TL(Throne and Liberty)’을 내놓으며 반등을 노리고 있는데요. 이외에도 수집형 RPG ‘프로젝트 BSS’와 난투형 대전게임 ‘배틀 크러쉬’, MMO 슈팅 게임 ‘LLL’의 출격을 예고하며 내년을 기약하는 모습입니다.
신의 탑: 새로운 세계 (사진=넷마블)
넷마블은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수렁에 빠진 모습입니다. 넷마블은 3분기 누적 매출 1조8365억원, 영업손실 87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과 영업손실 규모 모두 전년 동기와 비슷합니다. 넷마블은 올해 하반기 ‘신의 탑: 새로운 세계’와 ‘세븐나이츠 키우기’를 흥행작 반열에 올려놨지만, 큰 효과를 누리지 못했습니다.
넷마블 역시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 등 신작을 통해 내년도 실적 상승을 노리고 있는데요. 여기에다 스테디 웹소설 IP를 차용한 ‘나 혼자만 레벨업: ARISE’ 등 7개 작품도 출시를 예고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딘: 발할라 라이징 (사진=카카오게임즈)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흥행으로 성장세를 이어왔던 카카오게임즈 또한 3분기 누적 매출 7849억원 영업이익 6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9%, 63.8% 떨어졌습니다. 올해 카카오게임즈는 악재가 겹쳤는데요. 내부직원에 의한 ‘오딘’ 업데이트 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했고, 3월 출시한 ‘아키에이지 워’는 소송에 휘말렸습니다.
카카오게임즈는 내년 신작과 해외 진출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모색하고 있는데요. 2024년 ‘아키에이지 워’를 일본·대만·홍콩·마카오 등 아시아권에 출시하고, ‘오딘’은 북미·유럽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P의 거짓 (사진=네오위즈)
콘솔·이스포츠 선전한 해…'젠더 갈등' 어두운 그림자도
전반적으로 어려운 업황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업계에 올해는 의미가 남다른 해였습니다. 콘솔 불모지로 여겨졌던 국내 시장에서 네오위즈가 선보인 ‘P의 거짓’이 출시 한 달 만에 100만장을 판매하는 성과를 냈기 때문입니다. ‘P의 거짓’은 올해 대한민국 게임 대상을 수상하며 그 진가를 인정받습니다.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는 서구권에서 한국 콘솔 게임 개발력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스트리트 파이터 V 결승전에서 대만의 샹여우린을 세트 점수 4-3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획득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한 주춤했던 이스포츠 산업은 지난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거둔 쾌거로 큰 족적을 남겼는데요. 이스포츠가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번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은 금2, 은1, 동1의 성적으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또한 한국에서 개최된 ‘리그오브레전드(LoL)’ 최대 규모 국제대회인 롤드컵에서 페이커(이상혁)를 위시한 한국 대표 T1이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게임업계는 연말 ‘남성 혐오’ 논란 촉발로 어두운 그림자도 남겼습니다. 메이플스토리의 신규 애니메이션 홍보 영상에 남성 혐오를 의미하는 집게손가락 모양이 등장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부터인데요. 이 같은 논란은 다른 게임사로도 번져서 결국 ‘젠더 갈등’으로까지 비화됐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