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TV가 지난 18일 발사된 신형 ICBM 화성-18형 발사 장면을 19일 보도했다. 이날 발사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씨, 딸 주애 양이 동행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윤석열정부 집권 2년 차인 2023년 한해, 한반도 위기는 더 고조됐습니다. 한미일이 '준군사동맹' 수준의 안보협력을 통해 대북 압박을 강화하자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5차례 발사하고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나섰으며 중러 협력에 주력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우리 정부가 먼저 9·19 남북군사합의 일부 조항의 효력정지를 강행하면서, 접경 지역 내 '안전지대'마저 사라져 한반도 내 힘겨루기가 위험 수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한일 관계 물꼬 트고 '한미일 3각 공조'
윤석열 대통령은 올 한해 총 46박 72일의 일정으로 13차례 해외 순방을 다녀왔습니다. 중복된 국가를 포함해 총 15개국을 방문했는데, 이중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는 7차례나 만났습니다.
윤 대통령이 한일 관계 개선에 힘을 쏟은 걸 방증하는데요. 본격적인 시작은 지난 3월 6일 발표한 '제 3자 변제' 해법입니다. 제3자 변제안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내야 할 배상금을 국내 재단이 모금한 돈으로 대신 지급하는 방법입니다.
이를 시작으로 3월 16일 도쿄, 5월 7일 서울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됐고 한일 정상 간 양자 방문과 셔틀외교가 재개됐습니다. 12년 만의 양자 방문이었습니다.
양국 정부 사이에 순풍이 불면서, 한미일 협력도 본격화하기 시작했습니다. 4월 한미 정상의 워싱턴 선언 이후 대북 핵억제 강화 방안이 논의됐고, 한미 핵협의그룹(NCG)도 출범했습니다.
8월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를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해 3국 정상회의를 열었습니다. 이때 채택된 '3자 협의에 대한 공약' 문서는 역내외에서 3국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위기가 발생하면 정보 교환과 메시지 조율·대응 방안 협의 등을 한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이 '준군사동맹' 수준으로 올라선 겁니다.
2023년도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주요 외교안보 분야 이슈 결산 내용. (그래픽=뉴스토마토)
남북 '강대강 대치'…9·19 군사합의까지 파기
문제는 윤 대통령이 한미일 협력에 외교 역량을 치중하는 동안 한반도 내 군사적 위기감은 더 높아졌다는 겁니다.
북한은 지난 4월 13일 고체연료기반 ICBM인 '화성-18형'을 발사했고, 이번달 17일 올해 5번째 ICBM을 발사했습니다. 특히 이번 발사에서는 '시험발사'가 아니라 '발사훈련'이라고 표현하면서 ICBM 실전 배치를 시사했습니다. 북한은 이를 통해 본격적인 ICBM 양산 체제 돌입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 개발이 고도화되고 속도가 붙은 건 러시아와의 협력 때문입니다. 9월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년 5개월 만에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을 가졌습니다. 해당 회담에서는 양측의 무기거래와 군사기술 이전 등이 논의된 것으로 보입니다.
회담 직후 북한은 최고인민회의에서 핵 선제공격을 시사한 핵무력 정책을 헌법에 명기했습니다. 11월 21일에는 2차례 실패를 경험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10월 내 발사를 공언했지만 시기를 늦춘 발사였습니다. 양국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의 기술이전에 따라 부족했던 위성발사 기술이 이 기간 보완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만리경-1호' 발사에 우리 정부는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의 일부를 정지하며 맞대응했습니다. 여기에 또 북한이 "모든 군사조치를 즉시 회복 한다"며 9·19 남북 군사합의를 사실상 파기하면서 남북 간 무력 충돌을 방지해 왔던 최후의 안전핀까지 뽑혔습니다. 최근에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 내 새로운 실험용 경수로의 시운전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7차 핵실험 단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마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 고착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 역시 녹록지 않습니다. 8월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회의에서는 북한 문제뿐 아니라 중국과 밀접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위기 상황에 대해서도 잠재적 대응 범위로 확대했습니다.
특히 남중국해·대만해협 등 인태 지역에서의 중국의 행위에 대해 한국은 미국·일본과 함께 '대중 압박' 기조를 명확히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년간 순방에서 중국은 단 한 차례도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한중일 정상회의를 통해 한중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고자 했지만 중국측이 소극적 태도로 나섰고,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일과만 정상회의를 진행한 채 윤 대통령은 외면했습니다.
한미일 외교에 몰두하는 사이 대중 관계를 외면한 것인데, 북한의 핵 위협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우리 정부도 중국에 '건설적 역할'을 촉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에도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북한은 러시아와 군사·경제 협력을 강화하며 중국과의 연대하는 '북중러 결속'까지 시도하고 있습니다.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고착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