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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증권맨' 한투 출신 이희주 시인, 두번째 시집 출간
시집 '내가 너에게 있는 이유'
입력 : 2023-12-28 오전 11:13:19
[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33년 증권맨' 이희주 시인(전 한국투자증권 전무)이 시집 '내가 너에게 있는 이유'를 출간했습니다. 시집에는 총 4부로 68편의 시가 담겨 있습니다.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외롭고 쓸쓸한 현대인들의 모습을 잔잔하면서도 애잔하게 그렸습니다. 
 
그는 시집에서 과거 자신의 모습을 그려냈습니다. "무슨 일 했는가 묻길래 증권회사에 다녔었다고 하니 자본주의 꽃 아니냐며 돈 많이 벌었느냐고 묻는다. 시를 썼다고 말하니 시를 읽어줄 사람이 있었겠느냐, 시를 쓰다니 당신이 그럼 시인이었냐고 그가 묻는다.", "헐렁한 양복의 신입사원으로 들어와 책상 위 명패를 둔 임원이 되기까지 나름 바람 불고 서리 내리던 삼십 년 세월을 가늠해 보았던 시."
 
임지훈 문학평론가는 시집에 대해 "어쩌면 이 시를 쓰게 된 이유는 오래도록 한자리에 서성이는 한 사람을 바라보며, 그의 모습 사이로 과거 자신의 모습을 목격하는 일"이라면서 "그리하여 그 모습으로부터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그 내면을 언어화시키는 일이 시가 가진 시적 구조의 함의라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시집에는 그리운 아버지에 대한 회상이 담겼습니다. "장작을 보면 아버지가 생각난다. 늙은 아버지는 이른 가을부터 장작을 패며 겨울을 준비했다. 처마 밑 켜켜이 쌓인 장작을 보면 든든했다. 불의 기운으로 우리는 겨울을 났다. 아버지의 마지막 장작이었다"
 
인생에 대한 자신의 철학도 내포됐습니다. "인생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착실하게 자신의 본래 자리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 아닐까. 스스로로부터 갈수록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스스로에게 가까워지는 일. 산다는 건 사실 그런 일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특히 그가 표현한 슬픔에 대한 심도 깊은 고찰이 보입니다. "정이라는 말에는 슬픔이 배어 있다. 갈등도 다툼도 증오도 모두 슬픔의 자식들이다. 슬픔을 사랑하지 않고는 그 무엇도 사랑할 수 없다. 많이 슬플수록 더 많이 용서했다는 것이다. 더 많이 정이 들었다는 것이다"
 
임 평론가는 정처 없는 슬픔에 대해 "고요해지는 길에서 우리가 겪게 되는 여행의 시련에 가깝다"면서 "우리가 느끼는 슬픔이야말로 우리가 정녕 조금이나마 나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는 성장통인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이어 "스스로 번민하고 고뇌하며 함께 슬퍼하는 사람은 드물고 귀할 따름"이라며 "그 드물고 귀한 마음이 오래도록 이어져, 언젠가 고요해지는 순간까지 계속될 수 있기를, 그의 시적 여정이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이희주 시인은 한양대 국문학과 졸업 후 1989년 한국투자증권의 전신 한국투자신탁에 입사, 영업점과 경제연구실, 마케팅부, 홍보실에서 근무한 후 2022년 퇴사했습니다. 여의도 직장생활을 하며 그는 시인으로서의 활동도 했는데요. 현대문학, 작가세계, 현대시사상 등 시 전문지에 꾸준히 시를 발표하며 1996년 출판사 고려원에서 첫 시집 '저녁 바다로 멀어지다'를 상재하기도 했습니다. 2010년에는 한국시인협회 감사직을 겸하며 시단의 실무에도 참여했죠. 
 
이 시인은 "나의 지난 직장생활이 순종적 삶이었다면 이제는 다시 반항하는 삶을 살기로 했다"며 "그 반항의 형식은 하이데거가 말한 것처럼 언어가 존재의 집인 듯, 시인은 시를 통해 사람들에게 '당신은 그저 그러한 존재자가 아니라 소중하고 귀한 존재 그 자체임을 일깨워주는 일'"이라고 전했습니다.
 
이희주 시인이 출간한 시집 '내가 너에게 있는 이유'.(사진=신대성 기자)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신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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