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네이버(
NAVER(035420))의 출장여행 베타서비스 도입을 둘러싸고 중소 여행사들이 원성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출장여행에 주력하던 소규모 여행사 단체들이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해 네이버 플랫폼 입점을 요청했지만 네이버가 '기준 미달'을 이유로 이들을 제외한 까닭입니다.
1일 여행업계 등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출장여행 베타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네이버 출장여행은 출장자들의 해외 항공편과 해외 호텔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서비스입니다. 네이버는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하고, 실제 구매는 여행사에서 합니다. 여러 여행사의 요금과 상용 우대 혜택을 한 번에 비교할 수 있습니다. 출장 일정 관리와 경비 리포트 작성 기능도 지원합니다. 다만 현재까지는 베타서비스인 관계로 항공권 카테고리와 숙박 카테고리만 오픈됐습니다. 정식 서비스 출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네이버가 중소업체들에게 동등하게 입점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네이버는 출장여행 서비스 시장 진출이 알려진 지난 2022년, '골목상권 침해' 비판에 직면하자 2022년 말과 지난해 상반기 동반성장위원회, 서울여행산업협동조합(여산협)과 간담회를 진행하며 중소업체들의 참여를 긍정적으로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당시 네이버는 "이 플랫폼에는 누구나 입점해 사용자들과 추가적인 연결이 가능한 구조를 목표"한다고 알린 바 있습니다.
이후 출장여행을 주력으로 하는 소규모 업체들 위주로 구성된 여산협은 네이버를 대신하는 트립토파즈 업체와 협의하며 플랫폼 입점 의사를 피력했습니다. 여산협은 "네이버 담당자가 트립토파즈와 이야기하면 된다고 해 트립토파즈라는 업체를 통해 네이버 출장여행 입점을 협의해왔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여산협 회원사들은 입점에서 배제되고 말았습니다. 여산협은 "중소여행사도 소비자 편의에 기여할 수 있도록 플랫폼에 같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협의를 원했다"며 "그러나 트립토파즈는 (여산협의 요구를) 네이버가 허용하지 않는다는 식의 입장을 전달해왔다"고 말했습니다. 네이버가 중소여행사들만의 자체 카테고리를 열어주면, 여행사들이 발권 시스템을 도입해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다며 이 방안을 여러 번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여산협 측은 자동발권 시스템 자체가 비싸고 유지 비용 또한 높아 개별 중소여행사가 자체적으로 구축하기 어려운 만큼 중소여행사 단체 단위의 카테고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출장여행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출장여행 서비스 화면 캡처)
반면 네이버의 입장은 다릅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여산협 업체 대부분이 항공권 서비스를 할 수 없는 곳이라서 기준에 미달해 참여할 수 없고, 이를 여산협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패키지 등 현지투어 업무를 많이 하는 여산협은 네이버 여행 내에서 '패키지'에 입점하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준에 부합하는 다른 중소여행사들의 경우 입점시켰다는 설명입니다.
현재 네이버의 출장여행 베타서비스에는 △내일투어 △투어비스 △웹투어 △비즈트래블 △아고다 △호텔스컴바인 △트립닷컴 △트립비토즈 △트리모(렌터카) 등 업계 20~30위권 중형사나 외국계 회사가 참여했습니다. 일부 대형 여행사들의 경우에도 입점을 논의했지만 대형사들이 거절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네이버가 항공권, 숙박, 에어텔에 이어 출장여행으로 여행 사업을 확대하는 가운데 인적 서비스가 요구되는 출장여행 시장에서 플랫폼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대기업 등 규모가 큰 기업들은 자체 출장 규정 등이 존재하는 등 각사의 구체적 상황에 맞춰야 하는 부분이 많아 그룹사의 출장 서비스를 전담하는 여행사와 자체 계약을 맺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네이버 출장서비스가 이 대기업 대상 출장시장이 아닌 중소기업과 소규모 단체들의 여행시장을 잠식할 것이라 우려합니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가 네이버페이 등 금융 서비스와 연계해 이를 업체들에 적용하고 결국 가격 줄서기로 중소여행사들 간 출혈경쟁이 일어나면서 중소여행사 상권이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네이버가 손대면 다 잠식되지 않냐"며 "각종 연계 서비스로 소비자들을 흡수해버리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네이버가 출장여행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한편에서 감지됩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최저가가 선호되는 플랫폼이 예상치 않았던 변수들이 자주 생기고 변동이 많은 출장여행 서비스에 적합할지 의문"이라면서 "기업은 제 가격을 주고 최소의 서비스를 받아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 개인 여행시장과는 분명 다르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