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K팝은 한해 수천억을 넘어 ‘조’단위 매출을 올리는 산업입니다. 그 중심에 K팝 글로벌 시장을 움직이는 국내 4대 메이저 엔터사가 있습니다. K팝 산업이 최대 호황기를 넘어 꼭대기에 올라서면서 4대 엔터사는 작년 기준 상반기에만 수천억에서 1조원대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무서운 성장 속도를 시현 중인데요. 유래 없는 호황 산업에 종사하지만 ‘스타메이커’로서 역할론에 충실하는 종사자 처우는 엔터사 별로 큰 차이가 납니다. 직원 처우에 따라 엔터사 대표 아이돌 재계약의 희비가 갈리기도 하는데요. 뉴스토마토가 4대 메이저 엔터사 속내를 들여다 봤습니다. <편집자주>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 한해 수천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K팝 대표 아이콘입니다
. 하지만 이 기업이 직원을 대하는 마음을 보면
‘빈곤의 아이콘
’인데요. 그래서일까요
. 힘들게 양성해 화려하게 데뷔시킨 아이돌 그룹과의 재계약이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 업계에서는 매니지먼트의 참패를 지적하는데요. 직원들 처우와 연관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하이브가 빗겨간 아이돌 재계약 '7년 저주' 직격탄을 맞은 곳이 YG입니다
.
'블랙핑크'. 사진=YG엔터테인먼트
블랙핑크 없는 YG엔터, 주가 반토막
현재 YG엔터 최대 ‘상품’은 ‘블랙핑크’입니다. 2022년과 작년에 걸쳐 블랙핑크는 전 세계에서 180만명(단독 콘서트 기준)을 동원하며 K팝 걸그룹 사상 최대 규모 월드투어를 성공리에 마무리했습니다. 블랙핑크가 일군 성과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2023년 YG엔터 반기 보고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에만 블랙핑크를 포함한 콘서트 수익(해외)이 716억원에 달합니다. 해외 시장 기준 2022년엔 128억원, 2021년엔 8억원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 사이 성장한 블랙핑크의 글로벌 시장 장악력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그 덕일까요. YG엔터 작년 상반기 전체 매출액은 3157억원에 달합니다. 2022년 한해 동안 매출 총액이던 3911억원을 반년 만에 따라잡은 수준입니다. 블랙핑크란 메가 히트 IP를 보유한 YG엔터 브랜드 파워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죠.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작년 가을 YG엔터 주가는 최대 9만700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10월 이후 블랙핑크 재계약 이슈가 터지면서 주가는 4만원대 중반까지 반토막납니다. 블랙핑크 멤버 전원이 YG엔터와 재계약을 하지 않고 팀 계약만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주가는 급락세를 탔습니다.
블랙핑크의 ‘껍데기’만 잡은 YG엔터는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우면서 새해 첫 거래일부터 주가가 급락했는데요. 지난 3일 YG엔터는 6.58% 급락한 4만755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4일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으며 5일 거래에서도 1.08% 내린 4만5800원에 마감했습니다. ‘블랙핑크’ 팀 계약 소식 이후 상승한 부분을 모두 토해냈습니다.
4대 엔터주 가운데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건 YG엔터가 유일합니다. 작년 12월 29일 YG엔터가 ‘블랙핑크 개별 계약은 없다’고 선언한 이후 벌어진 상황입니다. 국내 증권가는 YG엔터에 대한 목표주가를 대폭 낮추며 사실상 매도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양현석 YG엔터 총괄 프로듀서. 사진=뉴시스
양현석 1인 독재···‘탈 YG’ 행렬
블랙핑크 멤버들은 왜 YG엔터와 개별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았을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업계 일각에선 창립자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 1인 지배체제 시스템과 폐쇄적 아티스트 육성 관리 시스템을 이유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YG엔터는 소속 아티스트 데뷔와 활동 및 종료 등 모든 것이 사실상 양 총괄 프로듀서에 의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거 2NE1 멤버 씨엘이 팀 해체를 “기사를 통해 전해 들었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아직까지도 2NE1 멤버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결정권’과 ‘자유의지’를 자주 언급하며 ‘탈 YG’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블랙핑크 멤버 개별 계약 불발도 YG엔터의 고압적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 전언인데요. 한 업계 관계자는 “유독 YG엔터 소속 아티스트의 끝이 새드 엔딩으로 마무리된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블랙핑크’ 멤버들도 자신들이 가진 팀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히 인식해 팀 계약을 했겠지만 개별 소속에선 꺼려졌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YG엔터테인먼트 사옥. 사진=뉴시스
불안한 ‘성장동력’···내부 흐름도 ‘불안’
소속 아티스트가 팀 해체 소식을 뉴스로 전해 듣는 분위기의 회사라면 그 안에서 근무하는 종사자에 대한 처우는 어떨까요
. 짐작대로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와 관리 체계를 유지하는 스태프에 대한 처우는 업계
‘바닥
’입니다
. YG엔터 고질적 병폐가 스태프
(직원
) 처우와 연결되는 분위기입니다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올라온 작년 반기 보고서를 보면
YG엔터 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액은
3600만원입니다
. 4대 엔터사 가운데
‘꼴찌
’입니다
. 업계
1위
하이브(352820)(6300만원
)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입니다
.
한때
K팝 시장을 양분했던
에스엠(041510)(4440만원
)과 비교해도 84
0만원 차이가 납니다
. 특히 여성 직원 처우는 처참합니다
. 성비로 나눴을 때
YG엔터 여성 스태프 평균 연봉은
2900만원에 불과합니다
. 때문에 업계에선
YG엔터 처우를
‘열정페이
’라며 비꼽니다
. 이직율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까진 알 수 없지만 같은 업계로 이직하는 비율이 높은 회사로 입소문 나 있다
”며
“낮은 급여는 직원들 사기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게 당연하다
”고 했습니다
.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황보경 YG엔터 대표가 경영지원 총괄이사였던 점을 감안해 비용 절감 차원에서 매출 이익에 대한 보상 체계에 인색한 것이란 시각도 전했습니다. 다만 등기이사 3인 평균 보수액은 2억원대를 넘는다는 점은 짚고 가야 할 듯 합니다. 이에 대해 YG엔터 측은 ‘노코멘트’ 입장을 전했습니다.
반드시 직원(스태프)을 존중하는 회사(엔터사)여야 하는 일(아티스트 재계약)이 잘 된다는 법칙은 없습니다. 하지만 직원 처우가 바닥 수준인 YG엔터의 블랙핑크 개별 계약이 무산된 것과 직원 처우가 좋은 하이브의 BTS 2번 연속 재계약 성공은 상반된 소식이 전하는 차이 만큼이나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